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대치가 공수만 바뀐 박근혜정부 ‘시즌2’처럼 흘러가고 있다. 양당이 장외투쟁, 대통령의 해외 전자결재, 청와대 민정수석 거취 등의 쟁점을 두고 여야 입장만 바꾼 채 ‘내로남불’ 식 정쟁을 되풀이하고 있다. 야당이 대통령을 향해 “좌파독재”라고 비난하면, 여당이 야당을 향해 “막말, 발목잡기”라고 반박하는 등 치고받는 논리도 박근혜정부 시절과 판박이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21일 장외투쟁을 두고 정면충돌했다. 한국당은 전날 장외집회에 대해 “수만의 국민과 함께한 피 끓는 외침이었다”고 규정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청와대와 민주당은 어제 광화문에 울려 퍼진 국민의 외침을 색깔론으로 일축, 외면하고 있다”며 “제 발 저린 도둑의 모습”이라고 했다. 앞서 20일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장외투쟁을 열었다. 황 대표는 이 자리에서 “문재인정부는 지난 2년간 한결같이 좌파독재의 길을 걸어 왔다” “우리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사방팔방 대북 제재를 풀어 달라고 돌아다니며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한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의 장외투쟁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잡기’라고 규탄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국회를 내팽개치고 나선 한국당과 황 대표는 도로친박당으로 회귀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그때로 대한민국을 되돌리고 싶은 것인가”라며 “한국당과 황 대표가 있어야 할 곳은 거리가 아니라 국회”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정부 시절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국가정보원 국정조사, 세월호특별법 제정 등을 두고 장외집회에 나서면 한국당이 ‘국정 발목잡지 말라’고 비판했던 것과 같은 레퍼토리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서로 번갈아 가며 세상을 어지럽히고 국민을 속이는 혹세무민 정치를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한국당의 장외집회를 공격하는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장외집회니 장외투쟁이니 하면 민주당의 전매특허”라면서도 “한국당의 장외집회에서 나온 발언들은 참으로 국민 공감을 얻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순방 중 이미선 헌법재판관을 전자결재로 임명한 것을 두고서도 공방 중이다. 민주당은 “여성재판관 3인 시대를 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한국당은 “헌정사상 최악의 임명 강행”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6년 9월 중국 방문 당시, 전자결재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3개 부처 장관을 공식 임명하자 여당이던 한국당은 “전문성이 우선적으로 반영된 것”이라고 찬성했고 야당이던 민주당은 “국회에 대한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불과 3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역할만 바꿔서 빼다 박은 공방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거취를 두고 공방을 벌이는 것도 그대로다. 문재인정부에서는 조국 민정수석, 박근혜정부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공직자 검증이 부실했다는 이유로 여야 공방의 단골 소재가 됐다. 두 수석 모두 각종 논란에도 여당의 ‘철통 엄호’를 받는 것 역시 판박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양당이 국내 정치적 갈등을 더 심화시키는 것은 위험하다”며 “민주당은 한국당의 각종 설화를 국민이 심판하게 두고 현안과 정책으로 싸워야 하고, 한국당은 장외집회 대신 내부를 재정비하고 국민 신뢰를 증진시킬 때”라고 했다.
임성수 이형민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