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G·반도체 성장 좌시 않겠다는 미국… 한국엔 반사이익

입력 2019-04-21 19:22 수정 2019-04-21 22:25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15일(현지시간) 중국 광둥성 선전 화웨이 캠퍼스에서 해외 언론과 가진 라운드 테이블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런정페이 회장은 “중국 정부가 외국 고객이나 그들의 통신망에 대한 비밀정보를 요청한다면 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미국이 5세대 통신(5G), 반도체 등 미래 신산업에서 중국이 성장하지 못하도록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중국이 미국 견제로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으면 경쟁자인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엔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는 미 중앙정보국(CIA)이 화웨이가 중국 인민해방군 등 중국 국가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첩보를 영국 정부에 알렸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A는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미국과 정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파이브 아이즈’에도 해당 내용을 공유했다.

중국 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건 화웨이에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들이 화웨이 장비에 대해 정보 유출 등 보안 문제를 제기하는 상황에서 자금지원은 결국 화웨이가 중국 정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증명하는 증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런정페이 화웨이 설립자는 1974~83년 중국 인민해방군에서 복무했으며, 87년 자본금 2만1000위안(약 355만원)을 가지고 화웨이를 창업했다. 창업자가 군 출신인 데다 중국에서는 어떤 기업도 완전히 독립된 민간기업이 없다는 점을 들어 CIA가 화웨이에 대한 의혹을 증폭시키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더타임스는 CIA가 자금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조만간 국가안보위원회를 열고 화웨이 5G 장비에 대한 검토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위원회는 지난달 화웨이 장비가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통신장비 분야 세계 1위인 화웨이가 미국 견제로 주춤하는 사이 삼성전자는 5G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는 5G 장비 공급업체 중 하나로 삼성전자를 고려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오렌지는 삼성전자가 신뢰할 만한 파트너사라고 판단하고 올 하반기 5G 장비 테스트를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도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화웨이는 올 상반기 중으로 세계 최초로 서울에 5G 오픈랩 개소를 추진 중이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데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를 통해 5G 통신장비를 공급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 공략 거점으로 삼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분야에서도 미국의 선 긋기는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퀄컴은 2016년 중국에 설립한 조인트벤처 ‘HXT반도체’를 30일부로 폐쇄한다. 이 회사는 퀄컴과 중국 구이저우성이 서버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공동 투자해 만들었다.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하고 미국이 중국 반도체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상황이 HXT반도체의 운명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에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는 등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중국의 시장 진입이 늦어질수록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초격차’를 유지하며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