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병의 일종인 매독 보균자라는 이유로 채용 신체검사에서 불합격시키는 것은 고용 상 차별행위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국가인권위는 농협중앙회 모 지역본부 공개 채용과정에서 매독 보균자라는 이유로 탈락한 A씨의 진정에 대해 이와 같이 판단하고 농협중앙회에 관련 인사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농협중앙회 모 지역본부 정규직 공채에 응시해 신체검사를 받았다. 농협중앙회는 농·축협 인사규정 제46조 2호에 따라 신체검사에서 매독 양성 반응이 나온 A씨를 불합격 처리했다.
인권위가 조사에 들어가자 농협중앙회는 “매독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면 회사 평판과 신뢰도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성매개 질환인 매독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이 있어 이를 고려해 공개채용 신체검사 불합격 기준에 매독 보균 여부가 명시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권위는 A씨가 2017년 매독 치료를 받아 감염성이 없을뿐더러 불합격 당시 한 축산농협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어 매독 보균이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봤다. 공공성이 강한 공무원 채용에서 매독이 채용 배제 사유가 아니라는 점도 고려했다.
인권위는 매독을 이유로 한 A씨 불합격 처분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호에서 규정한 ‘병력을 이유로 한 고용상 차별행위’라며 농협중앙회장에게 인사규정을 합리적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다. 매독이 업무수행 능력과 관계없이 신체검사 불합격 사유로 규정된 것은 매독이 성 매개 질환이라는 막연한 편견 탓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도 관련 인사규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