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범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이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건설업자 윤중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뇌물수수 의혹 사건 수사에 제동이 걸려서다.
수사단 관계자는 21일 “이제까지 급박하게 달려왔기 때문에 숨고르기를 하면서 어떤 방법으로 가는 게 적절한지 조율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 후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수사단은 지난 17일 사기 등 개인비리 혐의로 윤씨를 체포한 뒤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19일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의 전략 수정은 불가피하다. 애초 검찰은 윤씨를 사기 등 개인비리 혐의로 구속한 뒤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수수 및 성범죄 의혹에 관한 단서를 캐내려 했다. 사건의 ‘본류’에 접근하려면 윤씨를 압박해 진술을 끌어내야 했지만 이는 무산됐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윤씨가 전폭적으로 협조해도 공소시효와 법리상 사법처리가 가능할지 알 수 없던 상황”이라며 “영장이 기각돼 윤씨 진술을 받아내긴 더 어려워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윤씨는 지난 17, 18일 검찰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별건수사’ 논란도 문제다. 윤씨 측은 영장실질심사에서 “김 전 차관과 관련이 없는 사기 혐의로 영장을 청구한 것은 검찰의 무리한 별건수사”라고 반발했다. 법원은 기각 사유에서 “수사개시 시기 및 경위, 영장청구서 기재 범죄 혐의의 내용과 성격을 고려하면 구속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별건수사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여 윤씨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영장을 다시 청구할 경우 검찰은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수사단 관계자는 “윤씨를 구속하지 못한다고 수사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윤씨 구속이 수사단의 최종 목표도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윤씨와 김 전 차관 사이의 돈 거래 정황을 계속 쫓을 계획이다. 조만간 윤씨를 소환해 보완 수사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청와대’의 경찰 수사 외압 의혹 수사는 수사단 계획대로 진행 중이다. 검찰은 경찰청 등에서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며 직권남용 혐의의 단서를 찾고 있다. 다만 이 수사는 김 전 차관의 범죄 혐의와 직접 관련은 없어 ‘본류’가 아니라는 지적이 있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차관을 수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박근혜 청와대 관계자들만 단죄한다면 결과에 또 시비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