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바닥쳤다?… ‘L자형 성장세’ 모락모락

입력 2019-04-21 19:15

“우려됐던 중국의 경제지표가 생각보다는 개선된 영향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 그간 부진하던 주식시장에 최근 외국인 투자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기 시작한 이유 중 하나를 중국으로 꼽았다. 한은이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지난 1월에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진다”였지만, 이번에는 “정부의 여러 적극적 부양 노력에 힘입고 있다”로 바뀌었다.

지난 17일 발표된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인 6.4%는 시장 분석가들의 예상치(6.3%)를 웃도는 것이었다. 이달 초만 해도 아시아와 세계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크던 상황이라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큰 관심을 받았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아시아 신흥국들의 성장률이 지난해 5.9%였지만 올해 5.7%로 후퇴할 것이라고 지난 3일 예상했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세계 경제의 70%가량이 성장 둔화를 겪을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깨자 “아시아의 침체가 바닥을 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경기가 저점을 확인했고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바닥론’은 JP모건을 중심으로 대두됐다. 개선되는 중국의 소비자신뢰지수, 신규주문지수, 소매판매 증가율 등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했다.

연초에 비해 가장 크게 달라진 심리는 미·중 무역협상 타결 기대감이다. 21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중국의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국과의 무역전쟁으로 경영이 악화하고 있다”고 답한 비중은 지난해 9월의 절반 수준이 됐다. 구글 사용자들이 ‘trade war(무역전쟁)’를 검색한 횟수는 지난해 최고 수준일 때와 비교해 20~25%로 감소했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가 정부의 재정 지출에 힘입어 ‘L자형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U자형’이나 ‘V자형’으로 급격히 반등하지는 못하겠지만 분기마다 6%대 성장률은 지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당초 6%대 벽이 깨지고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가시화한다는 비관론이 클 때와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다만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경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경고도 만만찮다. 중국 지방정부의 채권 발행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보다 4배 넘게 증가했다.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은 3~6% 포인트 상승한 상황인데, 언제든 금융 취약성 악화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게 UBS의 분석이다. 부동산 경기 위축이 신용 경색으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불안요소는 예상을 깨는 중국의 경제성장률에도 글로벌 증시 반응이 폭발적이지는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맥쿼리그룹에서 중국 분석을 맡고 있는 래리 후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8일 투자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의 경기부양책을 ‘엄청난 프런트 로딩(초기 조치)’이라고 불렀다. 그는 “정책 입안자들은 이미 높은 부채 수준을 고려해 경기부양책의 강도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