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맹목적 교회 비판에 대한 반론

입력 2019-04-23 19:13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건물이 곧 교회는 아니라는 말이다. 원래 교회는 건물도 조직도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인의 공동체이다. 특히 원형 교회 곧 사도행전에 나오는 교회, 요한계시록에 소개된 소아시아 7교회는 교회당이 없었다. 그래서 좋은 교회란 건물이 좋다는 말이 아니라 건강한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를 의미한다.

교회의 최대 관심은 교회당이 아니다. 원래 우리 기독교는 성전(Temple) 중심의 종교가 아니었다. 그러나 성도들이 함께 모이고 예배하고 특히 효과적으로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고정된 모임의 장소로서의 교회당이 필요하게 됐고 교회를 갖다 보니 점차 크고 화려한 예배당으로 발전하게 됐다. 중세 교회들의 경우 교회당을 꾸미고 장식하는 것을 또 하나의 신앙 표현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지금 건축미로서 또 미술작품으로서 예술적 가치를 갖는 유럽의 크고 화려한 교회당들 역시 당시 신앙인들의 신앙 표현이었다. 그래서 그 건물의 크기나 화려함에 경이로움을 갖게 됐고 순례의 대상이 되고 후손들의 자랑거리가 된 것이다. 물론 크고 화려한 건물을 소유하고자 하는 물질적 욕망의 산물이기보다는 신앙고백이었다. 그러므로 교회당을 크게 짓거나 꾸미고 하는 것이 신앙 행위의 본질은 아니다.

최근 우리나라 모(母) 교회인 새문안교회의 신축은 반가운 소식이었다. 공간 부족으로 성도들을 다 수용할 수 없는데도 재개발 외에는 다른 건축행위가 전혀 불가능한 지역이어서 어쩔 수 없이 교회 신축을 계획하고 3년 6개월 동안 매일 500여 명이 24시간 릴레이 기도를 드리며 교회를 건축해 완성했다. 그리고 한국의 어머니 교회답게 두 팔을 벌리고 있는 어머니 모습을 형상화하여 교회를 건축했고 특히 교회의 공공성을 강조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를 찾아와 공연을 보고 책도 읽는 등 문화 활동을 할 수 있게 담장을 두지 않는 열린 구조로 교회를 세웠다. 새터민과 외국인을 위한 교육 공간을 충분히 만들어 통일시대 세계선교의 중심 공간이 되도록 건축했다. 담임목사는 첫 예배에서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애통해하며 세상을 섬기는 교회가 되기 바란다”고 설교했다고 한다. 이는 새문안교회만이 아니라 한국교회 그리고 우리 사회에 공적 공간으로 또 하나의 문화재를 만든 것이며 경하할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이는 우리만의 생각이고 사회 일각의 교회에 대한 시각은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발간되는 어떤 중앙지는 새문안교회 신축 입당예배를 보도하면서 ‘새문안교회 800억 원 들여 10배 증축…’ ‘세금 한 푼 안 내, 지나친 특혜’ ‘경쟁하듯 더 크고 호화스럽게 하늘로만 치솟는 교회들’ ‘사회적 약자 돕기보다 교세 과시만’ 등의 제목으로 교회 건축을 비판했다. 모 신학대학 교수와 진보단체 사람들의 입을 빌려 무슨 재정적 비리나 탈세 등 문제가 있는 양 외부 회계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등 교회가 마치 어떤 탐욕의 집단인 것처럼 교회의 경사를 폄훼했다.

신앙 활동의 필요성으로 교회를 건축했고 그것도 모든 시민을 위한 열린 공간으로 성도들의 기도와 헌신 그리고 신앙고백으로 드린 헌금을 통해 세운 공적 기관을 마치 무슨 문제 집단의 부동산 투자처럼 보도한 것이다. 그것도 진보단체, 교회개혁을 말한다는 사람들의 입을 빌려서 무슨 큰 범죄 행위가 벌어진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정말 엄청난 몰이해요 몰지각이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서울에 그렇게 많은 유흥업소가, 그렇게 화려한 불빛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건축물들이 세워질 때도 이런 식으로 보도하는 경우는 없었다. 우리는 그동안 하늘을 치솟은 건축물이나 호화롭게 건축된 궁궐이나 사찰, 그리고 사실 노예들의 강제 노동을 통해 세워진 세계 각국의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들을 보면서도 그 크기나 웅장함이나 화려함을 자랑스러워하고 문화재들을 잘 보존해야 한다고 성화하는 것은 봤지만 이런 사회적 공공기관으로서의 교회당 건축을 폄훼하는 보도는 처음 봤다. 교회당은 어느 목사의 소유가 아니라 교인들은 물론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기관이다. 그리고 성도들의 눈물겨운 헌금을 통해 세워진 공적 공간이다. 탐욕의 산물이 아니라 신앙고백의 표현이다.

심각한 문제이다. 교회 건물이나 교회의 공동체성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오해가 걱정이다. 단순한 오해이기보다는 오해를 조장하려는 세대 풍조가 더 큰 문제다. 우리나라에도 제법 큰 건물의 교회당이나 시설을 가진 교회들이 있지만 이는 교회의 예배나 섬김을 위한 공간이지 힘을 과시하거나 물질적 욕망으로 세운 잉여공간이 아니다. 교인이 많은 것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듯 더 잘 섬기기 위한 건물 역시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우리는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옳든 그르든 이것이 우리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이라는 것이 문제다. 교회를 마치 탐욕으로 가득한 집단으로 매도하는 이런 보도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민 정신이나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시각이 문제다. 이는 비뚤어진 시각을 가진 기자 한 사람의 왜곡된 시선이나 몰이해가 아니라 교회를 이런 식으로 폄훼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받아드리는 오늘 우리 시대의 교회에 대한 시각이 문제이다. 정말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거룩한 일조차 비난거리로 인식되는 우리 한국교회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자업자득이라는 아픈 반성으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이만규 목사(드림업 미디어 고문, 한국목회사역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