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 성분이 들어간 가습기 살균제를 만들어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SK케미칼의 전직 대표가 구속되면서 2016년 1차 수사에서 형사책임을 피한 SK케미칼의 제조 책임이 규명될지 주목된다. 검찰은 환경부가 최근 유해성 관련 연구자료를 은폐했다며 SK케미칼을 추가고발한 사안도 수사에 착수했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임 부장판사는 “구속 사유와 그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홍 전 대표는 2002년 출시된 가습기메이트 제조 및 출시 당시 대표이사를 맡아 의사결정 과정에 관여한 인물이다. 그는 원료 물질인 클로로메틸아소티아졸리논(CMIT) 및 메틸아소티아졸리논(MIT)이 유해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사용해 가습기메이트를 제조한 혐의 등을 받는다.
가습기메이트는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많은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제품이다. SK와 애경산업은 2002~2011년 계약을 맺고 가습기메이트를 만들어 팔았다. 그러나 2016년 이뤄진 1차 가습기 살균제 수사 당시엔 CMIT와 MIT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에 책임을 묻지 못했다.
이번에 SK케미칼 관계자가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처음 구속되면서 검찰의 가습기 살균제 재수사는 더욱 속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본류’라고 할 수 있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해 법원이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할 만큼 관련 혐의가 일정부분 소명됐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SK케미칼은 최근 환경부에서 추가 고발도 당했다. 검찰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 12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SK케미칼과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을 고발했다. SK케미칼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 관련 연구자료 일부를 제출했는데 지난해 환경부 조사에선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대용 기자 dand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