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치료 중단하고 2년 넘게 방치된 安씨… 보건소도, 구청도 몰랐다

입력 2019-04-19 04:03
경남 진주시 가좌동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는 피의자 안모(42)씨가 고개를 숙인 채 진주경찰서 유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17일 경남 진주에서 일어난 살인·방화 사건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의 극단적 범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일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지역사회의 치료·관리 사각지대 탓이라고 지적한다.

진주의 한 아파트에서 불을 내고 주민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안인득(42)씨는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 환자였다. 그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후 2년 넘게 치료를 중단했다. 거주하던 곳의 보건소는 안씨를 정신질환자로 등록하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서 그를 관리하는 시청도 정신병력 문제를 알아채지 못했다. 안씨가 주민들에게 폭언·폭행을 해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을 책임지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있지만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센터는 주로 자발적인 치료 의지를 가진 환자나 가족을 받아 상담·치료를 진행하거나 타인에게 위해를 끼친 환자를 경찰에게서 인계 받는다. 정신질환자의 의료 관련 정보가 없다보니 오지 않는 환자를 찾아 나설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김문근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8일 “20년 전 센터의 주요 업무는 중증 정신질환자 관리였지만 요즘에는 도박·알코올 중독, 자살, 일반시민 정신건강 예방까지 업무량이 대폭 늘었다”며 “사업은 많아졌는데 예산과 인력은 늘지 않아 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일명 ‘임세원법(의료법 등 개정안)’으로 정신질환자 관리가 더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법안은 일부 정신질환자의 퇴원 사실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조치도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서는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은환 경기연구원 생태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전문가 기구가 정신질환자가 퇴원하면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집에서 치료를 받을지, 공동생활이 필요한지, 재활과 자립은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해야 한다”며 “선진국 수준의 인력과 예산을 정신질환자 관리 사업에 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지훈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질환자를 통제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정신과 의료진 1인당 전담환자 수를 줄이는 등 치료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치료 받으며 지역사회에 잘 적응하면 불안한 내면의 문제가 극단적으로 분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본다. 김 교수는 “정신질환자들이 왜 치료를 받다가 중단하는지 살펴보면 원인은 사회의 시선, 편견”이라며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병이란 사실을 인정하고 정신질환자도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예슬 조효석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