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에어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중장)이 18일 “북한이 유엔사를 배제하고 유엔사를 해체하려고 하는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에어 부사령관은 경기도 평택 유엔사 본부를 언론에 공개하고 유엔사 임무를 설명하는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가진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9·19 군사합의에 명시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자유왕래 방안이 진전되지 않는 것은 ‘유엔사를 배제하라’는 북측 주장 때문 아니냐는 기자들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JSA 관람객 방문은 일단 남측 지역에서만 시작될 전망이다.
에어 부사령관은 “JSA 방문은 일단 비무장화가 완료된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실시될 것”이라며 “이 조치는 (JSA 경비 인원이 지켜야 하는) 행동수칙(code of conduct)이 합의되기 전까지의 잠정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는 긴 프로세스가 될 수 있다”며 “한국 국방부가 수일 또는 수주 내에 관련 발표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단 반쪽짜리 JSA 방문이 허용된다는 의미다. 북측에서 호응하지 않아 남북 유해공동 발굴이 남측 단독으로 지난 1일 시작된 것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이다.
다만 유엔사는 향후 합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버크 해밀턴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비서장(대령)은 “남·북·유엔사 3자 협의체 회의가 열렸을 때 3자는 모두 동의할 수 있는 행동수칙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행동수칙에 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며 “행동수칙에 사인을 해야 된다거나 안 해야 된다는 데 대한 논란이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에어 부사령관 역시 JSA 자유왕래 합의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직면하는 것은 기회”라며 “낮은 수준에서부터 신뢰를 쌓으면서 평화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 9·19 군사합의로 이행된 JSA 비무장화 조치를 거론하며 “어제도 JSA에 다녀왔는데 과거와 비교했을 때 긴장 수준이 정말 낮아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도 했다.
에어 부사령관은 문재인정부가 최근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둘레길’ 조성 사업에 대한 질문에 “굉장히 많은 진척을 이룬 상태로 안다”며 “최우선 과제는 둘레길 방문객들의 안전과 경계(대책)”라고 말했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에도 정전협정 체제를 관리·감독하고 한반도 유사시 다국적 증원 전력을 투입하도록 하는 유엔사 역할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도 밝혔다.
평택=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