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고의 전설’ 피아졸라 후계자들이 온다

입력 2019-04-18 19:34

아스토르 피아졸라(1921~1992·사진)의 음악적 유산을 계승하는 앙상블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이 첫 내한을 한다. 피아졸라는 탱고를 클래식 반열에 올린 ‘탱고의 전설’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탄생한 탱고는 19세기 남아메리카로 이주한 유럽 노동자의 춤과 음악이 아프리카인의 리듬과 뒤섞이면서 만들어졌다. 탱고에서 삶의 어떤 열정과 애환이 느껴지는 이유일 것이다.

작곡가이자 반도네온 연주자인 피아졸라는 어린 시절 아버지로부터 아코디언의 일종인 반도네온을 선물 받고 연주를 시작했다. 클래식을 좋아했던 그는 반도네온을 연주하다 장학금을 받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다. 그곳에서 번스타인과 바렌보임 등을 길러낸 나디아 불랑제 밑에서 공부한다.

불랑제는 피아졸라의 작곡에 대해 “이 부분은 스트라빈스키, 이 부분은 바르톡, 그리고 여기는 라벨 같다. 그러나 피아졸라는 보이지 않는다”고 혹평한다. 그러다 피아졸라의 반도네온 연주를 들은 스승은 그에게 “진정한 피아졸라는 탱고에 있으니 절대 버리지 말라”고 한다.

피아졸라는 이후 누에보 탱고(Nuevo Tango·새로운 탱고)라는 장르를 개척해 탱고를 클래식 공연장에 입성시킨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 첼리스트 요요마 등 세계적인 클래식 아티스트들이 지금도 그의 곡을 즐겨 연주한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 멤버들. 피아졸라는 생전에 반도네온, 바이올린, 일렉트릭 기타, 피아노, 더블베이스로 구성된 5중주단과 가장 많은 작업을 했다. 봄아트프로젝트 제공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피아졸라 사후 부인인 라우라 에스칼라다 피아졸라가 창단했다. 피아졸라재단을 세운 라우라는 18일 국민일보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탱고의 역사는 피아졸라 전과 후로 구분된다. 그의 작품은 감정, 힘, 에너지, 열정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피아졸라는 평소 아주 빠른 속도로 작곡을 했다고 한다. 라우라는 “왼손잡이인 피아졸라는 책상 위에 노트를 올려놓고, 거의 멈추지 않고 곡을 써 내려갔다. 내가 보기엔 마치 누군가 그의 옆에 서 있고, 그는 다만 받아 적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피아졸라는 생전에 2000곡이 넘는 많은 곡을 썼고 피아졸라재단은 지금도 그의 작품 원고를 복원 중이다.

남편의 곡 중 가장 좋아하는 곡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나는 그의 모든 작품을 사랑한다”고 했다. 성악을 전공한 라우라는 TV 프로그램 진행자로서 피아졸라를 처음 만났다.

아스토르 피아졸라 퀸텟은 다음 달 1일 예술의전당과 4일 경남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아디오스 노니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망각’ 등을 들려줄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