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27·토트넘 홋스퍼)의 한 경기 한 경기가 새로운 역사가 되고 있다. 유럽 최고 무대인 챔피언스리그 본선에서 아시아 출신 최다인 12골을 넣어 진정한 ‘아시아 넘버 1’이 된 데 이어 소속팀을 57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4강에도 올려놓았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이 보유한 한국인 유럽 최다 골(121골)과의 격차도 5골로 줄었다.
손흥민은 18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전반 7분, 10분 연속골을 터뜨렸다. 이날 두 팀은 7골을 주고받는 난타전 끝에 토트넘이 3대 4로 져 1, 2차전 합계 4대 4로 동점이 됐다. 하지만 홈에서 열린 1차전을 무실점으로 막은 토트넘이 원정 다득점에서 앞서며 4강에 진출했다.
이날 8강 2차전에서 2골을 추가하기 전까지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본선 통산 10골을 기록 중이었다. 그는 바이엘 레버쿠젠 소속이던 2014년 10월 벤피카와의 조별리그에서 꿈의 무대 데뷔 골을 신고했다. 레버쿠젠에서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토트넘으로 이적한 후 챔피언스리그 골 사냥을 본격화했다. 지난 시즌 4골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4골을 넣어 막심 샤츠키흐(2016년 은퇴)가 갖고 있던 아시아 선수 본선 최다 골 기록(11골)을 갈아치웠다. 손흥민은 올 시즌 준결승을 비롯해 다음 시즌 이후에도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가능성이 높아 이변이 없는 한 기록을 계속 늘려갈 전망이다.
손흥민이 고쳐 쓰는 챔피언스리그 역사는 소속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도전사도 바꿔놓았다. 토트넘은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시절인 1961-1962시즌 준결승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이후 최고 성적은 8강 진출 1회(2010-2011시즌)가 전부였다. 챔피언스리그로 재편된 1992-1993시즌 이후로 한정하면 첫 4강 진출이다. 토트넘은 최근 3시즌 연속 본선에 진출하긴 했지만 그간 챔피언스리그 단골 진출 팀이 아니어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 새 역사는 손흥민의 활약에 크게 빚지고 있다. 손흥민은 조별리그에선 도움 1개를 기록하는 데 그쳤지만 토너먼트 들어 승리의 주역이 됐다. 지난 2월 14일 16강 1차전 도르트문트와의 경기에서 올 시즌 첫 챔피언스리그 골을 터뜨린 데 이어 지난 10일 맨시티와의 8강 1차전에선 귀중한 결승골을 터뜨렸다. 2차전에서 넣은 2골까지 포함하면 8강 1, 2차전에서 팀이 넣은 4골 중 3골을 혼자 책임졌다. 4골 중 1골이라도 없었다면 4강 진출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팀 기여도가 절대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토트넘 주포 해리 케인이 부상으로 빠졌고, 쿼드러플(4관왕)을 노리는 맨시티의 전력을 감안할 때 손흥민이 4강 진출의 일등 공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EFA는 경기 후 홈페이지를 통해 해당 경기 최우수 선수(MOM)로 손흥민을 꼽았다. 가디언은 “손흥민이 이른 시간 2골로 케인을 그리워하지 않게 했다”며 “2번째 골은 멋진 일격이었다”고 칭찬했다.
손흥민은 이날 2골을 보태면서 올 시즌 20호골 고지에도 올랐다. 개인 통산 최다 골을 넣었던 2016-2017시즌(21골)에 1골 뒤져 있다. 득점 페이스에선 47경기에서 21골을 넣었던 당시보다 41경기에서 20골을 넣은 올 시즌이 더 좋다. 경고 누적으로 뛸 수 없는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을 제외해도 리그 경기까지 최소 6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시즌 최다 골 기록을 깰 가능성이 높다. 경기 수가 많지 않아 가능성이 낮지만 다득점에 성공할 경우 올 시즌 안에 차 전 감독이 보유한 기록을 깰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대한민국 캡틴’ 아시아 ‘넘버 1’이 되다
입력 2019-04-18 18:29 수정 2019-04-19 09: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