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남미 ‘폭정 트로이카’ 제재 고삐

입력 2019-04-18 19:22
사진=뉴시스

미국이 쿠바와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이른바 ‘폭정의 트로이카(troika of tyranny)’로 불리는 중남미 사회주의 국가 3곳을 추가 제재하기로 했다. 중남미 사회주의 진영을 흔들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을 더 효과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존 볼턴(사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쿠바 피그만 침공 58주년 기념식에서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폭정의 트로이카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신규 제재 방침을 밝혔다. 볼턴 보좌관은 지난해 11월에도 3개국을 함께 제재하며 폭정의 트로이카라는 표현을 처음 썼다. 자국민들에게 투옥, 고문, 살인 등을 일삼는 절망적인 국가라는 의미가 담겼다.

볼턴 보좌관이 공개한 제재안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인이 쿠바로 보낼 수 있는 송금 상한선을 분기당 1000달러(114만원)로 제한했다. 의사, 운동선수 등 해외에서 일하는 전문인력이 송금하는 자금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해외 송금 자금은 2016년 30억 달러(3조4060억원)에 달해 쿠바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쿠바 군부가 소유한 에어로가비오타 항공사도 추가제재 대상이다. 쿠바의 주수입원인 여행과 관광을 제한하려는 것이다. 미국 시민들은 가족을 만나러 가는 경우가 아니면 쿠바 여행을 갈 수 없게 됐다.

베네수엘라는 중앙은행의 미국 거래가 제한되고 달러화에 대한 접근도 막힌다. 미국은 이미 마두로 정권의 현금 유출입을 막기 위해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을 제재하고 있지만, 여기에 제재를 추가한다는 취지다.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의 비자금 창구로 의심받는 금융서비스업체 뱅코프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볼턴 보좌관은 이번 제재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에 대한 미화를 끝내려는 조치”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회주의 국가를 콕 집어 제재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최근 중남미 우파 국가들과 힘을 합쳐 마두로 대통령을 퇴진시키려 했다. 하지만 쿠바 등 사회주의 국가들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 대통령의 우군을 차단하기 위해 이번 조처를 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지적했다.

앞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쿠바 정부에 자산을 몰수당한 미국인이 해당 자산을 사용하는 외국기업과 개인을 상대로 미국법원에 소송을 낼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은 쿠바에 진출한 유럽 기업이 소송 대상이 되면 미국에 보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