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1.75%로 동결했는데… 이주열 메시지는 미묘한 변화

입력 2019-04-18 18:55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 금리동결 결정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뉴시스

시장 참여자들이 주의깊게 바라본 것은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입이었다. 애초 시장에서는 금융통화위원들의 전원일치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연초에 비해 경기하강 신호가 뚜렷한 상황에서 이 총재의 신중론이 얼마나 옅어질 것인지가 실질적인 관심사였다.

실제로 18일 금통위 직후 공개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는 똑같은 동결 결정에도 불구하고 미묘한 변화가 엿보였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때마다 빠지지 않던 “완화 정도의 추가조정 여부는 향후 성장과 물가의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며 판단해 나갈 것”이라는 문구가 지워진 것이었다. 대신 그 자리를 채운 것은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에 기자간담회에서는 “금리인상의 ‘깜빡이를 껐다’고 해석해도 되겠느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 총재는 “지금부터는 향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사전에 정하지 말자고 한 것”이라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재는 “다만 이러한 문구를 삭제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하까지 검토하겠다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통화정책방향이 발표될 때마다 ‘잠재성장률’과 더불어 서술됐던 국내 경제에 대한 평가도 조금 달라졌다. 지난 1월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은 국내 경제를 “대체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2월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성장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진 것으로 판단된다”고 쓰였다.

한은은 잠재성장률 범위를 2.8~2.9%로 제시했고 현재 수정 작업 중이다. 1분기 경제성장률이 수치로 제시되진 않았지만,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까지 낮춰 잡힌 것을 고려하면 2.8~2.9%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다만 향후의 성장세 판단에서는 ‘잠재성장률 범위 내’라는 기존 전망이 유지됐다. 이 총재는 “리세션(경기 침체) 판단은 너무 과도하다”며 “앞으로의 성장 흐름은 잠재 수준에 어느 정도 부합하는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이 총재가 국회에서 가능성을 언급했던 ‘리디노미네이션(화폐 액면 단위 변경)’이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질문에 대한 원론적인 답변이었을 뿐이라며 “지금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리디노미네이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고, 또 가까운 시일 내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는 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지금은 리디노미네이션보다 우리 경제의 활력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집중해야 할 일이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