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 당시보다 0.1% 포인트, 지난해 4월보다 0.4% 포인트 하향 조정된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반도체 수출 부진의 영향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점점 낮춰 잡히기만 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동반 진행 중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하반기 들어 회복될 것”이라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8일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 뒤 “지난 1월 이후의 대내외 경제여건 변화를 고려해 향후 국내 경제를 다시 한번 짚어본 결과, 올해 경제성장률은 2.5%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하향 조정은) 1분기 중 수출과 투자의 흐름이 당초 예상보다 부진한 점을 반영했다”며 “앞으로는 재정지출 확대, 수출·투자의 부진 완화로 성장세가 점차 회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과 같은 2.6%를 유지했다.
한은의 국내 실물경제 판단은 지난 1월 ‘꾸준한 성장세’에서 이번에 ‘성장세가 다소 완만해졌다’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지난 1월 수출을 두고 “물량 기준으로는 증가세를 지속했다”고 평가했던 한은은, 이번에는 “반도체 경기 조정과 세계 둔화 영향으로 부진했다”고 지적했다. 애초 690억 달러였던 올해의 경상수지 흑자 예상 폭은 665억 달러로 수정됐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이 특히 관심을 보인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의 경우 하향 조정 폭은 더욱 컸다. 지난 1월에만 해도 1.4%로 예상됐던 올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로 다시 제시됐다. 물가상승률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경기 활력이 둔화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한은의 전망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저물가’ 국면을 지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디플레이션이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지속적 물가 하락)과 경기침체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이 총재는 “최근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중반으로 떨어져 그런(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물가 하락을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 약세 등 일시적인 공급요인, 그리고 정부의 복지정책 강화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기상황과 관련이 높은 물가지표를 따로 분석해 보면 1%대 중후반이라고 이 총재는 강조했다.
경기 하강 신호들을 배경으로 한 금통위의 결론은 시장DML 예상대로 기준금리 동결이었다. 동결 결정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였다. 이로써 한은의 기준금리는 지난해 11월 0.25% 포인트가 인상된 이후 5개월째 1.75%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성 교수는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낮추는 게 타당했다”며 “경기가 추가적으로 하락할 경우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한은의 경제전망에는 정부가 추진 중인 추가경정예산(추경) 효과가 반영되지 않았다. 이 총재는 “추경의 규모나 구성 내역, 지출 시기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는 6조~7조원 규모의 추경이 시행될 경우 0.1% 포인트가량의 경제성장률 상승 효과가 있다고 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