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일본 정부가 군의 강제연행을 인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를 공개해 달라는 소송에서 법원이 “외교 문제가 초래될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문용선)는 18일 송기호 변호사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에서 송 변호사 승소 판결한 1심을 뒤집었다.
송 변호사는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인 2016년 2월 외교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일본 정부가 군의 강제연행 여부를 인정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합의 과정에서 작성된 문서를 공개해 달라는 취지였다. 외교부가 이를 거절하자 송 변호사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송 변호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합의문에 적힌 ‘일본군의 관여’가 어떤 형태로 이뤄졌다는 것인지는 제1~12차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 등을 통해서만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며 전문을 공개하라고 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뒤집고 외교부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일본 측 동의 없이 정보가 공개될 경우 양국 간 긴장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군의 관여’라는 표현이 다소 모호하지만 양국 사이에 민감한 사안이어서 나름대로 조율을 거쳐 채택된 표현으로 보이고 해당 정보가 ‘군의 관여’ 해석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위안부 문제가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정보를 공개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칠 우려가 크다”고 판단했다.
선고 직후 송 변호사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과 상의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