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이 계속 낮아지고 있다. 작년부터는 1명 선마저 무너졌다. 반면에 기대수명은 지속적으로 높아져 83세가 되었고, 이 추세는 계속될 예정이다. 낮은 출산율이 증가하는 기대수명과 결합되니 ‘가장 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나이’인 중위연령이 올라가고 있다. 2017년 우리나라 인구의 중위연령은 42세이다. 앞으로 약 10년 후인 2030년에는 50세가 중위연령이 될 것이다. 인구의 반이 50세 이하, 나머지 반이 50세를 넘어선다는 뜻이다. 그 다음엔 10년마다 중위연령이 약 5세씩 증가한다. 20년 후인 2040년에는 54.4세, 30년 후인 2050년에는 57.9세가 될 것이라 한다.
인구구조의 지각변동은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정해진 미래’가 되었다. 이런 변동의 중심에는 베이비부머가 있다. 2020년부터는 이들의 맏형 격인 1955년생이 65세가 된다. 두터운 인구층인 베이비부머가 ‘법적 노인’이 되어가면서 우리 사회의 고령화는 더욱 속도를 낼 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은퇴가 온갖 사회적 난제를 만들어낼 것이다. 은퇴자들이 직면한 ‘시간의 과잉’ 문제로부터 ‘연금 고갈’ ‘세대 갈등’ ‘고독사’ ‘의료시설 부족’ 등의 사회적 이슈들이 끊임없이 대두될 것이다. 정치적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보다 먼저 은퇴자를 쏟아낸 선진국들을 보면 이들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우리나라에서도 은퇴계층의 비대화가 엄청난 정치적 파급효과를 유발할 것이 분명하다.
그럼 베이비부머에는 왜 1955∼1963년의 9년 동안 태어난 인구(712만)만이 포함될까? 여러 문헌들을 살펴봤지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이를 유추해볼 수 있는 실마리가 없지는 않았다. 막내 베이비부머가 태어난 1963년부터 ‘출산 장려’에서 ‘인구 억제’로 정부 정책 방향이 변경되었다는 점이다. 외국의 경우를 살펴보자. 미국과 영국 그리고 일본에도 베이비부머가 있다. 하지만 이들의 비중은 나라마다 크게 다르다. 미국의 베이비부머는 전쟁 후 19년(1946∼1965년)의 기간에 태어난 사람(77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30%)들인데 반해 일본은 고작 3년(1947∼1949년) 동안 태어난 인구(68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5%)만을 세고 있지 않은가. 사회적 상황과 문화적 차이에 따라 베이비붐 시기가 다른 건 당연한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전쟁 이후의 베이비붐 기간이 나라마다 왜 이렇게 큰 차이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두 번의 인구 정점(peak)이 있었다. 마치 쌍봉낙타(등허리에 혹이 두 개인 낙타)의 허리처럼 말이다. 낙타 혹의 첫 번째 정점은 1960년, 다른 한 번은 1971년이다. 이 두 시기 모두 100만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났다. 게다가 1971년을 정점으로 한 혹의 크기는 1960년 것에 비해 조금 더 크다. 이를 보고 학계에서는 두 번째 혹을 2차 베이비부머(68∼74년생의 7년간)라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건 아니다. 학계와 언론의 관심은 1차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집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물론 첫 번째 혹 세대와 두 번째 혹 세대의 시대적 상황은 매우 다르다. 첫 혹에 해당하는 시기는 ‘출산율과 출생아가 동시에 급등하는 시기’였고, 두 번째는 ‘출생아가 급등하는 시기’였다.
이제 7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의 상당수도 곧 닥쳐올 퇴직을 준비하고 있다.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부터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를 거쳐 사오정(45세 정년)이란 웃지 못할 농담까지 등장했을 정도니 말이다. 거대 인구층의 은퇴가 가져올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사회적 충격이 관심사라면 ‘출생자 수’가 많은 시기를 통으로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1955∼1974년의 20년 기간에 태어난 거대 인구층을 베이비부머로 간주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의 현재 나이는 45∼64세로, 약 1600만명(전체 인구의 31%)이 넘는다. 인구 고령화가 미칠 사회·정치적 파장을 염려한다면 이제부터라도 1차 베이비부머와 2차 베이비부머, 그리고 이 두 덩어리에 낀 인구를 모두 묶어 베이비부머라 통칭하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거대 인구층에 대한 범위를 명확히 해야 그에 맞는 장기적 정책 대안들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 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