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소극 대처 ‘참사’ 못 막아… 최근 조사때도 조현병 몰랐다

입력 2019-04-18 04:01
경남 진주에서 자신의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던 이웃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5명을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의자가 불을 지른 아파트 내부(위쪽 사진)와 혈흔으로 얼룩진 아파트 입구(아래쪽)에서 경찰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자신의 아파트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이웃 주민들을 향해 흉기를 휘두른 안모(42)씨의 범행과 관련 경찰의 소극적인 대처가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오전 범행 후 체포된 안씨는 그동안 정신질환을 앓으며 여러 번 아파트에서 난동을 부렸고 경찰이 출동해 수차례 조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안씨는 최근에도 경찰에서 재물손괴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나 경찰은 안씨의 조현병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채 지난 11일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것으로 밝혀졌다.

주민들에 따르면 2015년 12월 이 아파트에 이사온 안씨는 1년 전부터 여러 차례 난동을 부렸다. 지난 1월에는 주민 2명을 시비 끝에 폭행하기도 했으며, 특히 이날 범행에 희생된 최모(18)양은 안씨의 아파트 바로 위층에 살았는데 상습적으로 위협을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소 측은 “안씨가 숨진 최양을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힌다는 신고를 받고 야간 하굣길에는 아파트 직원이 동행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올해 들어 단지 내 주민들이 안씨와 관련해 5차례 112신고를 했고, 이 중 4번은 최양의 집에서 한 신고였다.

경찰은 그럼에도 적극적인 대처 대신 안씨를 입건하려면 증거가 필요하다며 최양 가족에게 CCTV 설치를 권유했다. 지난달 3일 가족들은 카메라를 설치했고, 같은 달 12일 화면에는 안씨가 하교 후 다급하게 집으로 들어가는 최양 뒤를 쫓아가 집 앞에 오물을 뿌리는 모습이 담겼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안씨가 범행 하루 전 직접 구매한 휘발유를 뿌려 방화했으며, 흉기 2자루를 주민들에게 휘둘렀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오전 중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다가 오후 들어 진술하고 있는데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횡설수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씨는 범행 자체는 시인했으나 동기에 대해서는 “음해하려는 세력이 있어 방어를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묻지마 범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범행 동기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경찰은 안씨가 2010년 편집형 정신분열증(조현병)이라는 병명으로 보호관찰형을 받은 사실을 확인했고 진주의 한 정신병원에서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정신병력으로 치료받은 진료기록도 입수했다. 또 안씨가 2011년부터 정신분열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신청을 했다는 문서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프로파일러의 잠정적 분석 결과 안씨는 관리되지 않은 중증 정신문제가 있어 논리적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진주=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