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하락세 주춤… 바닥 다지기? 일시적 현상?

입력 2019-04-18 20:17

반년 가까이 계속된 서울 집값 하락세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3월말~4월초에 보합세로 전환하는 지역이 속속 등장하면서 서울 아파트 가격 낙폭이 3주 연속 둔화되는 양상이다. ‘바닥을 다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과 봄 이사철이 포함된 성수기의 일시적 현상이라는 관측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국감정원의 4월 2주차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07% 하락했다. 전주 -0.08%에서 하락폭이 줄었고 이 같은 하락세 둔화는 3주째 지속되고 있다.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구 아파트값 역시 지난달 중순 -0.16%로 가파르게 떨어졌지만 이후 매주 낙폭을 줄여나가고 있다. 종로, 은평, 금천 등은 이미 보합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잠실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급매물도 속속 소진되는 분위기다. 용산이나 서초 등 인기지역의 경우 최고 매매가를 갱신한 단지도 간헐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그간 지속된 정부규제 연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여긴 수요자들이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이다. 긴 하락세를 마무리하고 이른바 ‘바닥’을 다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다만 봄 이사철과 맞물려 일시적 호전기류를 보였을 뿐 대세 하락장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장기간의 거래절벽에 매수-매도자간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는 있지만 급매물 소진 이후 추가 매수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18일 “9·13 대책 이후 상대적으로 집값 조정폭이 컸던 아파트를 중심으로 일부 저가 매수세가 움직이며 지지선을 형성하는 듯 했지만 반등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관망세가 우세한 만큼 당분간은 큰 폭의 가격변동 없이 약보합 또는 횡보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 1분기 장기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대단지일수록 매매가 하락이 큰 ‘규모의 역설’이 나타난 점도 주목된다. 시장 내 각종 프리미엄으로 집값 호황기 시세 급등을 이끌었던 대단지들이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커진데다 대출규제의 영향을 강하게 받으며 침체기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부동산114가 올해 1분기 단지 규모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을 분석한 결과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는 -0.95%의 변동률을 기록해 300~500가구 미만(-0.09%), 500~1000가구 미만(-0.30%) 등에 비해 낙폭이 가장 컸다. 특히 지난해까지 가격 상승이 두드러졌던 ‘강남4구’ ‘대단지’가 투자자들의 매수심리 위축의 직격탄을 맞아 집값 하락을 견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대단지 중에서도 선호도가 떨어지는 구축아파트와 갭투자가 활발했던 단지의 가격 하락폭이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