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청문회 정치공방전으로 변질해 겉돌아

입력 2019-04-17 19:00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KT 화재원인 규명 및 방지대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회사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KT 아현지사 화재’ 발생 5개월 만에 열린 국회 청문회가 ‘속 빈 강정’으로 끝났다. 국회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보다는 정치 공방에 몰두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증인으로 나온 황창규 KT 회장은 불리한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KT 화재 원인 규명 및 방지 대책을 위한 청문회’에서 여야는 화재의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재발방지 대책 논의는 겉돌았다. 회의 시작부터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출석 문제로 옥신각신했다.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던 유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개국 순방에 동행해야 한다며 지난 12일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다.

자유한국당은 아현지사 화재의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박성중 의원은 “이번 화재의 핵심 책임자는 유영민 장관”이라며 “그런 유 장관이 청문회에 불참했다”며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아현지사 화재 원인이 황창규 KT 회장의 경영 방식에 있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이철희 의원은 “황 회장의 황제 경영, 측근 경영, 폐쇄 경영 이 세 가지가 원인”이라고 황 회장을 압박했다. 업계에서는 “여당이 내년 KT 회장 교체를 앞두고 황 회장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씌우려는 것 같다”는 해석이 나왔다.

아울러 김성태 전 원내대표와 황교안 대표의 자녀가 KT에 부정 채용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한국당 의원들은 두 사람을 엄호하기 위해 ‘채용’이라는 단어만 언급돼도 “청문회 주제를 벗어났다”며 즉각 반발했다.

임기를 약 1년 남긴 황 회장은 ‘회피성 답변’을 되풀이했다. “화재 관리 소홀에 대해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했지만 ‘화재 원인 규명 방해’ 의혹에 대해선 “모른다”고 답했다. 물증이 있을 땐 ‘단순 문서’였다거나 ‘보고받은 적 없다’며 피해갔다.

황 회장은 KT가 경영고문단에 고액의 자문료를 주며 로비에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영고문에 대해서는 부문장이 다 결정한다”며 “문건에 대해 몰랐고, 관여한 바 없다”고 주장했다. 또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수사가 끝나면 자체 조사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KT는 자료 제출을 불성실하게 해 의원들로부터 원성을 샀다. 여야 의원들이 “자료를 너무 안 준다” “안 내면 고발하겠다”고 압박하자 황 회장은 “기업 비밀 또는 수사와 관련된 자료라 못 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지하통신구 관리 실태가 무슨 기업 비밀이냐” “회사의 대외비 기준이 뭐냐”고 따지자 “담당자와 의논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