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죽음은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슬픔이었다. 어머니는 오토바이에 부딪혀 다음 날 돌아가셨다. 어린 나이에 그 끔찍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나는 심장 두근거림과 말더듬 현상이 생겼다. 내가 중학교 3학년, 동생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후 죽음에 대한 극도의 공포로 자주 가위에 눌렸고 모든 일에 주눅이 들고 자신감도 완전히 잃어버렸다. 아버지는 딸 하나를 둔 새 어머니와 재혼했고 우리의 낯선 삶이 시작됐다. 아버지는 정육점을 낀 돼지갈비 식당을 운영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쫄딱 망해 집도, 모아두었던 재산도 모두 잃었다.
새 어머니가 있는 집에 적응하지 못한 나는 밖에서 친구들과 어울렸고 고등학교 때 방황과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서울로 올라가 잡지책을 팔았지만 목표 100권은 고사하고 10권도 팔지 못해 몰래 도망쳐 나오기도 했다. 어둡고 암울했던 고교시절을 보내고 대학진학에 실패한 후 작은아버지의 권유로 부사관을 지원해 입대했다.
힘든 훈련을 마치고 첫 발령지로 춘천에 왔다. 멋모르고 시작한 군 생활은 생각보다 힘들고 외로웠다. 그러다 운전병의 실수로 차량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아! 이제 나는 죽는구나!’ 하는 순간 지옥에 대한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왔다. 그런데 한참 구르던 차가 거꾸로 뒤집혀 서며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경직된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 통신대학에 들어갔고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메말랐던 내 마음에 오아시스 같았다. 그런데 어느 날 여자 친구의 언니가 나를 만나자고 하더니 더 이상 동생과 만나지 말라고 했다. 외모도 마음에 안 들고, 직업이 군인이라 가족들이 반대한다는 것이다.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당시 유행어처럼 역시 1등 신랑감은 민간인이고 군인은 2등이었다. 그런데 그날 언니는 “봉근씨는 천국과 지옥이 있는 것을 아세요?” 했다. 잘 모른다고 하니까 “천국과 지옥은 분명히 있어요. 봉근씨! 예수님 믿고 꼭 천국 가세요.” 하며 확신 있게 말했다. 너무나 진지하게 전하던 그 말에 내 마음이 요동치며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정말 죽으면 어떻게 될까? 나는 지금 죽으면 지옥이구나!’ 어릴 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내게 천국과 지옥이 실제로 다가왔다.
처형은 한마음교회를 소개했다. 교회에 가도 몸과 마음이 힘들었지만 두려움에 교회를 떠날 수 없었다. 그러다 여름수련회 때 내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사도행전 말씀을 듣던 중 다메섹으로 예수님 믿는 자들을 잡으러 갔던 사울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 삶이 완전히 바뀐 사건을 본 것이다. 이 충격적인 사건으로 예수님의 부활이 한순간에 믿어졌다. ‘아! 예수님이 정말로 부활하셨구나, 천국과 지옥이 실제로 있구나!’ 마음의 안개가 한순간에 싹 걷혔다.
그리고 내가 예수님을 믿지 않아 두려워하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즉시 내가 주인 돼 살았던 죄를 회개하고 예수님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했다. 그러자 감격과 기쁨이 몰려왔고 죽음의 공포가 사라졌다. 내 삶에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결혼을 하고 나를 통해 장인, 장모님도 교회에 나오시고 할머니도 예수님을 영접하고 천국에 가셨다. 조상의 묘를 신앙처럼 지키며 제사를 지내던 아버지도 예수님을 영접하셨고 불교를 고집하던 외할머니도 예수님을 만나 천국을 소망으로 살아가신다.
말더듬 현상도 말끔히 사라졌다. 전국에서 모여든 병사들에게 전도자의 고백과 같이 헛되고 헛된 이 세상에서 영원한 삶을 전할 수 있는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죽음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주눅 들어 있던 나에게 기쁨을 주고 새로운 소망으로 부활의 증인된 삶을 살게 하신 하나님께 남은 인생, 충성을 다할 것이다.
지봉근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