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킬러’ 아약스, ‘몸값 4배’ 유벤투스도 격침

입력 2019-04-17 19:45
아약스 선수들이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유벤투스를 꺾고 준결승에 오른 뒤 그라운드에서 기뻐하고 있다. AP뉴시스

네덜란드의 아약스가 레알 마드리드에 이어 유벤투스마저 제압하며 명실상부한 ‘자이언트 킬러’로 거듭났다. 1996년 챔피언스리그 결승과 이듬해 준결승에서 패배를 안겼던 유벤투스를 상대로 설욕전을 펼치며 22년 만에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에 올랐다. 신예들로 ‘빅 이어(챔피언스리그 우승컵)’를 들었던 95년을 떠올리게 하는 경기력으로 24년 만의 우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였다.

아약스는 17일(한국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에서 거함 유벤투스를 2대 1로 꺾었다. 지난 11일 1차전 홈에서 1대 1로 비겼던 아약스는 1·2차전 합계 3대 2로 유벤투스를 제치고 준결승에 안착했다. 원정 경기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에게 전반 28분 선제골을 허용하고도 판 데 비크(22)의 전반 34분 동점골, ‘소년 캡틴’ 마타이스 데 리트(20)의 후반 22분 역전골로 준결승 진출권을 따냈다.

이날 아약스의 활약은 레알 마드리드와의 16강 경기와 비슷한 양상으로 전개됐다. 아약스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16강 1차전 홈경기에서 1대 2로 패한 후 2차전 원정경기에서 4대 1로 크게 이기며 8강에 진출했다. 특히 레알 마드리드와 유벤투스는 유럽에서도 내로라하는 ‘빅 클럽’으로 구단 규모나 선수 몸값에서 아약스와 비교가 되지 않는다. 축구 재정 전문 블로그 ‘스위스 램블’에 따르면 아약스는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진출한 구단 중 선수 연봉이 4700만 파운드(약 696억원)로 가장 적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3억5000만 파운드)와 유벤투스(2억2900만 파운드)는 각각 아약스의 7배와 4배를 넘긴다.

1995년 5월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당시 결승골을 넣었던 패트릭 클루위베르트가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는 모습. AP뉴시스

올 시즌 아약스의 챔피언스리그 활약상은 루이스 판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던 90년대 중반의 아약스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아약스는 에드가 다비즈, 클라렌스 세도르프, 미카엘 라이지거, 마크 오베르마스, 데 부어 형제, 판 데 사르 같은 20대 초중반 선수들을 내세워 전성기를 구가했다. 95년 팀 통산 4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이어 96년 준우승, 97년 준결승 진출의 호성적을 거뒀다. ‘토털 사커’로 유명한 요한 크루이프가 활약하며 유러피언컵(챔피언스리그 전신) 3연패를 달성했던 71~73년에 비견될 만한 성적이었다.

현재 아약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 역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이다. 유벤투스전에서 골을 기록한 데 비크와 데 리트를 비롯해 올 시즌을 마치면 바르셀로나로 이적이 예정돼있는 프렌키 데 용(22), 다비드 네레스(22), 노사이르 마즈라우이(22)가 모두 20대 초반이다. 토털 사커의 적통을 잇는 팀답게 토너먼트 내내 상대보다 더 많이 움직이고, 조직력과 스피드에서도 상대에 우위를 보였다. 패하거나 비겼던 경기도 경기력 자체는 나쁘지 않는 등 꾸준함을 유지했다. 유벤투스와의 경기에서도 상대 골키퍼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골이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유벤투스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득점 찬스를 놓친 뒤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아쉬워하고 있다. AP뉴시스

반면 호날두까지 영입하며 우승에 열의를 보였던 유벤투스는 23년 전 자신이 마지막으로 우승할 때 상대했던 팀에 패해 탈락했다. 호날두가 이날 골까지 포함해 토너먼트에서 5골을 넣으며 분전했지만 호날두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유벤투스 감독은 “축구는 잔인하다”며 “뜻밖의 실점을 허용한 후 두려움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