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별이라도 따줄 것 같이 잘해주는 사람을 만나 20대 초에 결혼했다. 그러나 결혼 후 남편은 다른 사람처럼 완전히 달라졌다. 시댁에서 아무리 곤란한 일이 생겨도 아무 관심 없이 밤새 술을 마시고 새벽에 들어왔고 외박도 했다. 참고 또 참다가 도저히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차라리 죽어버리겠다고 남편 앞에서 차가 다니는 큰 도로에 누워버렸다. 그러면 잘못을 빌 줄 알았는데 남편은 오히려 화를 내며 그냥 집으로 들어갔다. 달려오는 차가 겁이 나 혼자 일어나 집에 들어오는 내 꼴이 너무 한심하고 비참했다.
견디다 못해 나는 새로 인생을 시작하려고 집을 나와 서울행 버스를 탔다. 그런데 갑자기 ‘더 이상 아기를 볼 수 없구나!’는 생각이 들었다. 독하게 먹은 마음도 다음 날 12시를 못 넘기고 무너졌다. 돌아온 집의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도로에 누웠을 때는 제정신이었으니까 말리지 않았겠지만 술에 취하면 말릴 거라는 생각에 못 마시는 술을 실컷 마시고 9층에서 떨어져 죽는다고 베란다 난간에 매달렸다. 떨어지면 진짜 죽을 상황인 데도 남편은 문을 잠그고 들어갔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고 그 후 나는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때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마음의 벽을 쌓기 시작했다. 우리 미용실 앞에 경찰차와 사람들이 몰려오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나는 아무 관심도 감각도 없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한테 큰일이 생겨도 아무 감각이 없겠구나!’ 하면서도 어느새 나는 감정 없는 로봇이 돼 있었다. 손님과의 관계에서도 마음은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고 사는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그러다 둘째 언니의 친정식구들이 예수님을 믿고 모두 변하는 모습을 봤다. ‘나도 예수님을 믿으면 울고 웃는 감정 있는 사람이 될까?’ 언니를 따라 한마음교회에 갔다. 그러나 말씀은 들리지 않았고 남편에 대한 미움과 원망만 커졌다. 신앙의 무거운 짐만 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나는 남편을 말로 밟고 남편은 나를 인격적으로 밟고, 아들은 그런 부모를 무시하고…. 가족이 이렇게 침몰한다는 생각이 들 때 ‘도적이 오는 것은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려는 것뿐이요 내가 온 것은 양으로 생명을 얻게 하고 풍성히 얻게 하려는 것이라’는 말씀이 생각났다. ‘아! 도적질하고 죽이고 멸망시키는 곳이 세상이구나!’ 가슴이 철렁하며 하나님께 굴복했다.
빛이 이 땅에 오셨지만 나는 빛을 보지 못하고 어둠에 갇혀 살고 있었다. 사람에 대한 문제만 해결되기를 원했지, 예수님과 관계 없는 사람이었다. 이런 나를 위해 예수님이 이 땅에 오셔서 죽고 부활하신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 확실했다. 그리고 내가 이 꼴로 사는 것은 남편이나 시집 때문이 아니라 예수님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도 선명해졌다. 나는 더 이상 망설임 없이 그 엄청난 죄를 회개하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내 마음의 주인으로 모셨다.
‘남편에게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은 항상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은 말씀이었는데 이 말씀에도 토를 달 수 없이 남편이 귀한 영혼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도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이런 모습에 남편도 조금씩 녹아져 어느 날 “니 맘대로 써!” 하며 30만원을 주는 기상천외한 일도 일어났다. 하나님께서는 미용실에서 손님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게 해 주셨고 마흔한 살에 늦둥이 아들을 선물로 주셨다. 늘 교회를 비판하던 시어머님과 시동생도 교회에 등록을 했고 남편과 시아버님도 복음을 잘 들으신다. 어느새 우리 가족은 복음으로 하나가 돼 가고 있다. 예수님을 만나는 계기를 준 남편까지 감사하기만 하다. 복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신 하나님께 무한한 영광을 드린다.
임정숙 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