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에서 최근 가장 핫한 스타트업은 ‘마켓컬리’라고 할 수 있다. 2015년 5월 처음 업계에 등장한 마켓컬리는 출시 4년 만에 ‘강남 주부들의 필수앱’으로 떠오르며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2015년 첫 해 2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560억원으로 54배나 커졌다. 새벽배송 시장을 선도하며 기존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는 평가와 몸값을 올려 인수·합병(M&A)을 노린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엇갈린다.
17일 마켓컬리의 자체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오후 11시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배송해주는 대표 서비스 ‘샛별배송’ 수요가 지난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기준 마켓컬리 회원은 2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서울 전체 가구 수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마켓컬리는 고품격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신선식품을 제공하는 ‘특별한 큐레이션’으로 경쟁력을 키워 왔다. 프리미엄 전략으로 강남 주부들의 눈길을 끌었고, 오후 11시 전에만 주문하면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신선한 제품을 받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직장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매력 있는 소비자층을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던 것이다. 다만 최근 회원수가 늘면서 품절이 잦은 점, 배송 누락 등의 기본적인 문제점들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빠르게 성장하는 마켓컬리에 곱지 않은 시선도 적잖다. 무엇보다 매각을 위해 몸집만 키운다는 시선이 끊이지 않았다. 카카오, 신세계, 롯데, 대상 등 대기업들에 매각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계속 흘러나온 이유다. 특히 1월부터 배우 전지현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면서 ‘기업 가치를 부풀려 고가에 매각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까지 제기됐다.
매각설이 계속 불거지는 것은 마켓컬리가 그만큼 매력적인 회사라는 뜻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이커머스)는 결국 회원수 싸움”이라며 “마켓컬리의 구매력 있는 회원수를 눈여겨보는 회사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커머스 시장에 본격 뛰어든 대기업들은 새벽배송 시장 선도보다 구매력 높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200만 회원 보유, 하루 최대 주문 3만3000건 기록 등을 더 매력적인 요소로 판단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마켓컬리 측은 각종 매각설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당분간 매각도 없고 기업공개(IPO)도 계획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각설은 지난 4일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가 10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일단 잠잠해진 상태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