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5·여)는 지난해 세종시에 있는 한 치과에서 위쪽 어금니 임플란트 수술을 받았다가 뼈가 녹는 일을 겪었다. 임플란트에 금속 기둥을 연결하는 2차 수술을 마친 지 1개월 정도 지난 때였다. A씨는 잇몸을 째고 추가 수술을 하자는 병원 제안에 손사래를 치고 서울에 있는 다른 치과를 예약했다. 지난해 11월 찾은 서울의 치과에서는 임플란트를 박을 때 비스듬히 잘못 박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염증이 생기면서 뼈를 녹였다는 것이다.
당장 새로 수술을 받을 수도 없다. 7개월 정도 염증 치료를 마친 뒤에나 수술이 가능하다. 임플란트를 하는 데 들어가는 시간(6개월)을 고려하면 연말에나 지난한 치료 과정을 마칠 수 있다. 돈은 돈대로 들었다. 임플란트 비용으로 160만원을 결제했는데, 치료에만 벌써 250만원이 추가로 들어갔다. A씨는 17일 “의료사고이니 진단서를 끊어 달라고 해도 의사들 사이에서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하는 게 더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의료정책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둥지를 틀고 있는 세종시에서조차 이럴 정도로 ‘비(非) 수도권’의 의료 환경은 열악하다. 아예 의사 얼굴조차 못 보는 도서지역도 비일비재하다. 의사가 부족해 지방까지 양질의 의료가 미치지 않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7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2.3명이다. 31개 회원국 중 꼴찌인 터키 다음으로 적다. 그나마도 한의사(0.4명) 수를 제외하면 2명이 채 안 된다.
의대 정원을 늘리자는 얘기가 줄기차게 나오지만 의사들 반대가 거세다. 대안으로 떠오른 원격진료는 여전히 ‘불법’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17년 혁신성장본부를 만들고 원격진료 문제 해결에 나섰지만 기득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초 5G 개통이라는 결과물도 초라해졌다. 관련 업계는 5G 개통 소식에 원격진료 합법화를 기대했지만 정부의 ‘5G+ 전략산업’에서 원격진료는 빠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자화자찬에 뒷말이 나온다. 국가기술표준원은 13~17일(현지시간)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표준화 회의에 참석하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의료 표준기술을 한국이 선도한다고 자평했다. 국가기술표준원은 원격진료와 맞닿는 55종의 의료 관련 국제표준 가운데 13종(23.6%)을 한국이 주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기술이 있어도 쓸 수가 없는데 무슨 소용인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