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헌 지시로 사법농단 의혹 문건 작성했다”

입력 2019-04-17 19:01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재판거래’ 문건을 다수 작성 혐의를 받고 있는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가 지난해 8월 1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전직 심의관들이 잇따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지시로 사법농단 의혹 문건을 작성했다는 법정 증언을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증인신문이 이뤄진 정다주 전 심의관에 이어 시진국 전 심의관도 17일 “임 전 차장 지시로 강제징용 및 청와대 설득 문건 등을 작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판사 박남천) 심리로 열린 임 전 차장 11회 공판기일에 시 전 심의관(현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시 판사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시나리오 검토 문건’ ‘상고법원 입법 추진을 위한 BH(청와대) 설득 문건’ 등을 작성한 인물이다.

검찰은 시 판사를 상대로 해당 문건들을 작성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이 강제징용 문건을 제시하며 “피고인(임 전 차장)이 하급심에서 진행 중인 강제징용 사건 쟁점을 검토해 보라고 지시했느냐”고 묻자 “그렇게 기억한다”고 답했다. 또 임 전 차장이 외교부 문건을 건네며 이를 보고서에 반영하라고 했다는 취지의 주장도 내놨다.

또 시 판사는 청와대 설득 문건에 담긴 문구에 대해 일일이 임 전 차장이 구술해주거나 메모해줬다고 증언했다. ‘우병우 민정수석의 반(反)법원 정서, 문고리 권력 행사하며 사법부에 부정적’ 등의 표현에 대해 “저런 정보들은 실장급이 아니면 알 수 없다”며 “피고인이 알려주는 대로 인용해서 썼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당시 행정처의 관료적이고 경직된 분위기도 전했다. 검찰이 “피고인의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소위 찍혀서 생활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는데 맞느냐”고 묻자 “그런 경우가 많다고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전임 심의관에게 많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저도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앞서 지난 2일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전 심의관(의정부지법 부장판사)은 임 전 차장의 지시로 사법부의 권한을 남용한 보고서를 비밀스럽게 작성해 부담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