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개설허가가 결국 취소됐다. 지난해 12월 5일 제주도로부터 허가를 받은 지 4개월여 만이다.
원희룡(사진) 제주지사는 17일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외국의료기관 개설허가 취소 전 청문’의 청문조서와 청문주재자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조건부 개설허가’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조건부 개설허가 이후 개원에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협의하자고 수차례 제안했지만 병원 측은 이를 거부하다가 기한이 임박해서야 개원 시한 연장을 요청해 왔다”며 “실질적인 개원준비 노력이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요청은 모순된 행위로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녹지국제병원은 그동안 국내 자본의 외국계 의료기관 우회 진출 논란과 국내 의료보험 체계의 붕괴 우려 등으로 숱한 갈등을 초래했다. 여기에다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로 도출한 ‘불허’ 권고 사항을 뒤집고 제주도가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주면서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이 의료법 상 허가 후 3개월 이내 개원을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지난달 5일까지 개원을 하지 않자 지난달 26일 청문을 실시해 허가 취소 절차를 밟았다. 청문주재자는 15개월의 허가 지연과 조건부 허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유가 3개월 내 개원 준비를 하지 못할 만큼 중대한 사유로 보기 어렵고, 내국인 진료가 사업계획상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음에도 의료진 이탈 사유에 대해 녹지국제병원 측이 충분한 소명을 하지 못했다고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도는 법규에 따라 취소 처분을 하고, 이후 소송 등 법률문제에 적극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또 법적 문제와는 별도로 헬스케어타운의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사업자와 투자자, 승인권자인 보건복지부와 제주도의 4자 간 협의도 이어나갈 방침이다.
하지만 영리병원 개원허가가 취소되면서 병원 측이 외국인 전용 조건부 허가 취소소송에 이어 2라운드 소송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녹지국제병원 측은 개원 취소 전 청문에서 “도가 개원 허가를 장기간 지연해 오다 예상에도 없던 조건부 허가 처분을 내 한중 FTA 투자협정으로 보호받고 있는 ‘투자자의 정당한 기대’를 저버렸다”며 “손실을 보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가 의료법상 개원 취소를 했더라도 병원 측이 개설허가 취소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경우 병원의 최종 개원 여부는 법원 판단에 따라 바뀔 수도 있는 만큼 향후 결정 과정에 따른 파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