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뉴스 쏟아지면… 신차 구입 늘고 중고차는 줄어

입력 2019-04-18 04:03

올해 들어 국민적 관심거리가 된 미세먼지가 한국인의 소비 패턴까지 바꾸고 있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아지면 신차 구입이 증가하고 이비인후과와 세탁소의 매출이 늘었다. 반면 놀이공원 등 ‘나들이 업종’ 매출액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미세먼지가 바꾼 소비 행태 변화 보고서’를 17일 발표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약 230개 업종에서 사용된 하나카드 이용 건수 900만건을 미세먼지 현황과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소비 행태는 실제 미세먼지 농도와는 뚜렷한 상관관계를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아질 때 매출이 의미 있게 변화하는 업종이 있었다.

미세먼지 관련 뉴스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날에는 리조트·콘도 업종의 매출이 36% 줄었다. 놀이공원(-35%), 영화·공연장(-25%), 특급호텔(-15%) 등 숙박·여가 관련 업종의 매출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차량 정비(-29%)와 렌터카(-18%), 고속도로 통행(-10%) 등 운송 업종도 매출이 부진했다. 반면 세탁소(40%)와 목욕탕·사우나(12%)는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은 날 매출이 늘어났다. 신차 구매(13%), 이비인후과(10%), 온라인쇼핑몰(6%) 매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미세먼지 뉴스량이 매출액에 끼치는 영향은 같은 업종에서도 다르게 작용됐다. 자동차의 경우 신차 구매는 미세먼지 뉴스량이 많은 공휴일에 매출액이 26% 늘어난 반면 중고차는 36% 감소했다. 미세먼지가 많을 때 신차는 평소보다 비싸게 거래됐지만 중고차는 오히려 싸게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신차와 중고차의 매출이 갈린 부분을 흥미로워했다. 정훈 연구위원은 “데이터 분석 결과 미세먼지 관련 뉴스가 많은 날은 노후화된 기존의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평소보다 13% 증가한 데 비해 중고차 구매는 2% 감소했다”고 전했다. 메건 부세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와 데빈 포프 시카고대 교수의 ‘자동차 구매 시 날씨가 미치는 심리적 효과’ 논문은 “미세먼지가 많은 날엔 사람들이 노후화된 기존 차량 대신 신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한다.

병원도 진료 과목에 따라 매출액 성과가 갈렸다. 호흡기를 다루는 이비인후과나 소아과(3%), 치과(3%)는 매출액이 올랐지만 외과(-8%), 성형외과(-6%), 한방병원(-6%)은 매출액이 감소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