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양성소’ 키움, 영건 선발 3인방 키운다

입력 2019-04-17 19:46 수정 2019-04-18 00:10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는 타자 육성에 일가견이 있는 팀이다. 뛰어나지 않거나 무명에 가까운 이적생 박병호와 서건창을 국내 최고의 거포 및 교타자로 만들었다. 또 이정후 김하성 등 젊은 유망주를 국가대표 야수로 키우는 등 알짜 타자들을 끊임없이 배출, 타팀의 부러움을 샀다. 반면, 투수 부문의 경우 유망주 발전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것으로 지적됐다. 그런 키움이 올들어 영건 선발들의 성장에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최원태

1~2년새 키움의 토종 에이스로 우뚝 선 우완 최원태(22)는 지난해 8월까지 13승을 올리다 팔꿈치 통증으로 가을무대에 서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 팬들에게 아쉬움을 안겼다. 그러나 올 시즌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원숙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원태는 17일 현재 4번의 선발 등판에서 2승과 평균자책점 1.64로 대활약하며 주위의 우려를 씻어내고 있다. 승리를 챙기지 못한 두 경기에서도 11이닝 1실점으로 막아냈다.

안우진

키움이 아끼는 1999년생 선발 투수들도 몰라볼 만큼 성장했다. 지난해 가을야구를 지배한 우완 안우진은 올해 첫 두 번의 선발등판에서 11⅓이닝 동안 9실점(7자책점)하며 평균자책점 5.56으로 부진했다. 하지만 시즌 세 번째 등판이던 지난 10일 KT 위즈전에서 프로데뷔 후 최다인 6⅔이닝을 던져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시즌 첫 승을 올렸다. 1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는 더욱 진일보한 피칭으로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KT전보다 더 많은 7이닝을 던지는 동안 상대타자에게 2루도 허락하지 않으며 6탈삼진을 잡았다. 109구째 마지막 시속 149㎞짜리 직구로 상대 타자를 삼진 잡은 순간은 압권이었다. 2승을 올린 안우진의 평균자책점은 2.52까지 수직 하락했다.

이승호

2017년 김세현(KIA 타이거즈)과 맞트레이드된 좌완 이승호는 지난해 장정석 감독의 철저한 관리 속 경험을 쌓은 뒤 올해 빛을 보고 있다. 올 시즌 1승과 평균자책점 3.46을 기록 중인 이승호는 선발로 등판한 네 경기 모두 6이닝 이상을 책임지고 3자책점 이하로 막는 ‘퀄리티스타트’ 피칭을 선보였다. 장 감독은 “이승호는 제구 감각이 타고 난 선수”라고 극찬했다.

여기에다 부상당한 제이크 브리검 대신 17일 삼성전에 선발 등판한 김동준(27)도 7이닝 3실점으로 데뷔 후 첫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이에 따라 키움은 투수진 운영에 한층 여유를 갖게될 것으로 보인다.

시즌 전 키움은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와 ‘3강’으로 지목됐다. 외국인 원투펀치, 막강한 타선에 대한 좋은 평가 때문이었다. 유일하게 검증 안된 부분이 바로 토종 선발진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팀의 미래인 20대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이어지면서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팬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키움의 창단 첫 패권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현우 기자 bas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