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2년 가까이 옭아맸던 러시아 스캔들 특검의 수사 보고서 편집본 공개를 코앞에 두고 자신만만한 태도를 드러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편집한 보고서가 발표되는 만큼 그에게 큰 타격을 입힐 내용이 나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일부 백악관 전·현직 관리들은 특검 수사에 협조했던 사실을 들킬까봐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공모도, 방해도 없었다”고 쓰며 러시아 스캔들 의혹을 재차 부인했다. 그는 전날 미니애폴리스 지역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특검 보고서가 18일에 나온다고 들었다”며 “잘됐다(That’s good).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과정에서) 범죄가 없었기 때문에 보고서에는 아무것도 없을 것이고, 특검 수사가 완전히 사기였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작 두려움에 떨고 있는 건 특검 수사에 참여했던 10여명의 백악관 전·현직 관리들이다. 복수의 백악관 관리들은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정보를 노출한 인물로 지목될까봐 걱정하고 있다고 NBC방송은 전했다. 이들은 공개되는 편집본에 수사에 관여한 사람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지 법무부에 문의했으나 정확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직 백악관 관리는 “수사 내용만으로도 정보의 출처를 알 수 있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보고서 공개 당일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고 NBC방송에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사 보고서 편집본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이 낮다는 예상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바 장관은 자신이 정한 4가지 기준에 따라 보고서 중 민감한 내용을 생략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핵심적인 정보는 공개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CNN방송도 “보고서 편집본은 앞서 4쪽짜리 요약본 공개로 분노한 민주당을 달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 공개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준다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바 장관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7일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에 올해도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그는 취임 첫해인 2017년부터 3년 연속 이 행사에 불참하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그는 출입기자단 만찬 행사를 “너무 지루하고 부정적”이라고 비판해 왔다. 그는 당일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장지대) 중 하나인 위스콘신주 그린베이에서 2020년 재선을 위한 유세를 벌인다.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은 1924년 캘빈 쿨리지 전 대통령이 처음 참여한 이래 미 대통령과 기자들이 스스럼없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현직 대통령이 이 행사에 불참한 건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총격을 당해 수술을 받느라 오지 못했던 경우뿐이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