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복원하는 과정은 매우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소실된 첨탑과 지붕에 들어갈 참나무 등 자재 확보에만 수십년이 걸리고 추가붕괴를 막기 위한 사전점검 결과와 전문가의 숙련도에 따라 작업 속도가 더뎌질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복원 작업에 최대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TV연설에서 “우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을 더욱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며 “5년 이내에 작업이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1992년 대형 화재로 쑥대밭이 됐던 영국 윈저성이 고작 5년 만에 재개장했던 것처럼 노트르담 대성당도 최대한 빨리 복원작업을 끝내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건축물 복원 전문가들은 마크롱 대통령의 전망이 비현실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자재 확보에만 최소 10~15년, 최대 40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노트르담 대성당의 첨탑과 지붕은 800년 이상 된 참나무를 사용해 만들어졌다. 대성당 천장을 떠받친 1만3000개의 기둥을 만드는 데 참나무 3000그루가 들어갔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지어진 12세기 기술을 재현할 전문가도 부족하다. 대성당이 지어질 당시엔 최고의 석공들이 노르망디에서 직접 최상급 석회암을 채석하고 일일이 성당 내부에 배열했다. 윈저성 복원을 관리·감독했던 프란시스 무드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노트르담 대성당 재건 속도는 재료의 확보보다 전문가 확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노트르담 대성당 내부 구조물의 상태도 변수다. 전문가들은 화재 당시의 열기로 석조 구조물이 내구성이 약해지거나 훼손됐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화재 진압을 위해 쏟아부은 물줄기가 내부 석재에 악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다. 뜨거운 석재가 갑자기 냉각되며 균열을 일으켰다면 추가 붕괴의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 스테인드글라스(장미창) 등 유리로 된 시설물들도 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 1984년 영국 최대 성당인 요크 민스터가 화재에 휩싸였을 때는 유리를 지탱하는 땜납이 녹아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스테판 홀저 취리히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복원 작업에 앞서 임시 지붕을 설치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기술이 발달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예술사학자 앤드루 탤런은 2011년부터 2년간 성당 안팎의 모습을 레이저 장비로 정밀하게 스캔해 기록해뒀다. 이때 확보한 3D 자료를 활용하면 대성당 복원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지 포브스는 전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