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노사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서 부산공장이 ‘제2의 한국GM 군산공장’이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협력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산을 방문해 한국 시장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시뇨라 사장이 16일 오거돈 부산시장을 만나 “부산공장은 르노삼성차가 한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 자원”이라면서 지속적인 투자와 경영 활동을 약속했다고 17일 밝혔다. 시뇨라 사장은 “르노삼성차는 르노그룹 차원에서도 D세그먼트(중형) 차량 연구개발과 판매에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향후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부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 시장은 “르노삼성차가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얘기한 것에 환영을 표한다”면서 “노사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하루빨리 협상을 마무리하고 부산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서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해 주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르노삼성차는 오는 9월부터 부산에서 초소형 전기차 ‘트위지’를 생산해 신규 고용 창출, 수출 증대 등의 지역 경제 성장 촉진에도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관건은 르노삼성차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인사경영권 합의 전환’이다. 노조는 회사가 직원 전환 배치 및 외주화를 실시할 경우 노조와 합의할 것을 주장하고 있으나 회사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차의 부분 파업은 올해 들어 반등하던 수출을 끌어내리는 ‘결정타’가 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국내 자동차 산업의 생산·내수·수출이 지난달 동반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르노삼성차의 수출 실적은 지난해 3월보다 1만2003대(62.3%)나 줄었다. 조업일수 20일 가운데 12일을 파업한 게 영향을 미쳤다.
수출 대수 감소는 수출액 하락으로 직결됐다. 지난달 자동차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1.2% 감소한 37억700만 달러에 그쳤다. 1월에 상승세로 돌아섰던 자동차 수출 증가세가 2개월 만에 내리막으로 돌아선 것이다.
한편 한국GM도 파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와 연구개발(R&D) 신설법인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간 노동쟁의 2차 조정회의를 종료하고 조정중지 결정을 내렸다. 한국GM 노조는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법인분리 전 기존 단체협약 내용을 크게 변경한 회사 요구안을 제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다음 주로 예정된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에 따라 파업을 결정할 수 있다.
임세정 신준섭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