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21세기 비틀스’라 하는데… 황송할 따름”

입력 2019-04-17 18:26
그룹 방탄소년단이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룹 방탄소년단(BTS) 리더인 RM은 “무대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조명이 너무 무섭게 느껴졌다”면서 “관객들은 나를 보지만 나는 그들을 볼 수 없다는 게 두려웠다”고 했다. “부담감이나 허탈함을 느끼지 않으면서 행복할 순 없는 거 같아요. 가수로서의 위치가 올라갈수록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키가 커지면 그늘의 길이가 길어지는 것과 비슷한 거죠. 하지만 팬들한테서 받는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두려움을 이겨내고 있어요. 저희를 ‘21세기 비틀스’라고 말씀해주시던데, 황송할 따름이에요.”

RM의 진솔한 고백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17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행사명에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건 전 세계 150여개 매체에서 답지한 질문을 바탕으로 행사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으며, 현장에는 300명 넘는 취재진이 몰렸다.

간담회는 BTS가 지난 12일 발표한 새 음반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를 소개하는 자리였다. 앨범은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이론을 설명한 책 ‘융의 영혼의 지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RM은 “사실 그 책을 다 읽진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작 ‘러브 유어셀프’ 시리즈가 스스로 외우는 주문 같았다면 신작은 내 안에 뭐가 있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BTS는 다음 달부터 K팝 가수 최초로 세계 8개 지역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벌인다. 이들은 지난해 5월 기자간담회에서 목표를 묻는 질문에 ‘빌보드 정상’ ‘그래미 입성’ ‘스타디움 투어’를 거론했었다. 그런데 불과 1년 만에 이 꿈들은 모두 현실이 됐다. BTS의 새로운 목표는 무엇일까. 진은 “목표나 성적도 중요하지만, 팬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다면 이것보다 더 좋은 목표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BTS는 열애설은 물론이고 이런저런 구설에 휘말린 적이 없을 정도로 ‘자기 관리’가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슈가는 “데뷔 초부터 멤버들끼리 우리가 (팬들에게) 미치는 영향력, 떳떳하게 음악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엄격하게 관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