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 지키려는 교수 사회… 국공립大 ‘평의원회’ 곳곳서 잡음

입력 2019-04-17 04:03

지난해 5월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모든 국공립대학이 ‘대학평의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해야 하지만 12개 대학은 아직 이를 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대학 교수들이 교수가 평의원 구성의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한 법 조항을 문제 삼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평의원회는 대학 운영의 주요 사안을 심의하게 된다. 민주적 운영을 위해 교수뿐 아니라 교직원, 조교, 학생 등이 모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16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말까지 국공립대 47곳 중 27곳에 평의원회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명백한 법 위반이다. 교육부는 이에 이달 15일까지 설치를 끝내지 않으면 행정 및 재정적 제재를 가하겠다고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전날까지 추가 설치 완료를 알려온 대학은 8곳뿐이었다.

평의원회 설치가 지지부진한 데에는 교수사회의 반발 영향이 크다. 일부 교수는 특정 집단이 평의원 구성 절반을 넘지 못하도록 한 고등교육법 규정을 문제 삼았다. 수십년간 교수 위주로 운영돼 온 대학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효은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국공립대의 경우 예전부터 교수회가 중심 심의기관이어서 학내 의사결정에 대학 구성원이 배제돼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은 지난해 8월 해당 조항이 학문의 자유와 대학 자치를 해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경상대는 교수회의 반대로 11개월 넘게 평의원회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교수들은 ‘교수대의원회’라는 교수만의 협의기구를 만들어 학칙에 삽입했다. 학내 사안을 조율할 때 교수들이 먼저 심의한 뒤 평의원회로 보내겠다는 것이다.

경북대는 평의원회 구성 규정을 위반했다. 이 대학은 지난 1일 평의원회를 설치했지만 20명 중 11명을 교수로 뒀다. 평의원회와 교수회 모두 동등한 심의기관으로 인정한다는, 법 취지에 반하는 내용까지 학칙에 명시했다. 박영란 경북대 교직원은 “평의원회는 최고 심의기관이어야 하는데 교수회는 자신의 권한을 하나도 내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평의원회를 설치한 대학은 대부분 교수 출신 평의원을 최대로 둬 교수 입장이 더 잘 반영될 수 있게 했다. 대학교육연구소에 따르면 지난달 11일까지 평의원회를 설치한 국공립대(일반대·교육대) 17곳의 전체 평의원(247명) 중 교수가 116명(47.0%)으로 가장 많았다. 교직원(59명), 학생(47명), 조교(19명)가 뒤를 이었다. 최근 한 달 사이 평의원회 구성 논의를 마친 충남대와 강원대에서도 교수가 절반(22명 중 11명)을 차지했다.

각 대학의 총학생회와 교직원들은 교수들의 ‘기득권 지키기’에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상준 강원대 총학생회장은 “교수들은 평의원회 설치를 달가워하지 않고 구성단위 최대치인 50%를 어떻게든 고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안동대 교직원인 임효진씨는 “교수들은 ‘교수회가 이미 있으니 평의원회는 형식적으로 운영해도 되지 않느냐’고 한다”며 “오히려 평의원회 인원을 늘리고 허울뿐인 회의는 없애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의 주인은 교수가 아니며 학교는 학생, 교수, 교직원 모두가 있는 곳”이라며 “권한을 골고루 나눠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원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