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걸친 정부의 전폭적 지원에도 조선업계 체질 개선이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집행하며 위기 극복과 고용 유지를 지원사격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울산 동구나 경남 거제시 등 조선업 밀집지역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현상유지 수준이다. 그나마 고용보험 가입자가 반등한 전남 목포시·영암군 등도 속을 들여다보면 ‘누더기’다. 저가 수주와 정부 지원에 기대 고용자 수만 늘린 사례가 부지기수다. 지난해 이어지던 조선업종 구조조정 신청은 올해 뚝 끊겼다.
정부는 ‘위기지역’ 지원 기한을 1년 더 연장했다. 예산 투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한국고용정보원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고용위기지역 및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된 8곳 중 3곳(울산 동구와 경남 통영시·거제시)은 여전히 사정이 나쁘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난해 4월 고용보험 가입자가 4만7746명까지 줄었던 울산 동구가 대표적이다. 정책 지원에도 고용보험 가입자는 지난 2월 4만6100명으로 되레 줄었다.
1년 전과 비교해 정부 지원의 효과를 본 곳도 있다. 전북 군산시, 경남 창원시 진해구, 경남 고성군, 전남 목포시와 영암군이 그렇다. 군산시의 고용보험 가입자는 5만5446명(2월 기준)으로 지난해 4월(5만4714명)보다 732명 늘었다. 경남 고성군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된 지 4개월 만에 고용보험 가입자 1만명 선을 회복했다. 같은 생활권인 목포시와 영암군의 사례는 눈에 띈다. 두 곳의 고용보험 가입자를 합친 수치는 지난 2월 5만3310명으로 지난해 4월(5만1855명)보다 1455명 증가했다. 2017년 5월(5만1798명)과 비교해도 반등세다.
문제는 ‘속살’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증가 지역 가운데 군산시를 제외하면 모두 조선업이 지역경제를 좌우한다. 조선업이 활황세로 돌아섰거나 조선업에 의존하던 중견·중소기업이 다른 업종으로 전환해야 고용도 뚜렷하게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흐름은 두 가지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현지 평가다. 목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조선 관련 업체들이 1억원짜리 선박을 저가에 수주하는 식으로 연명하고 있다. 열악한 수준의 고용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는 구조조정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지원을 신청한 조선 관련 업체는 33곳이었다. 올해 들어 한 곳도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대기업의 조선업 수주가 좀 늘다보니 구조조정에 나서기보다 버티자는 인식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1조원 추경을 편성하면서 구조조정에 힘을 실었다. 국회는 심의를 하면서 조선·자동차 업체의 업종 전환 관련 예산을 580억원 증액하기도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자체 구조조정을 하는 업체에 지원을 집중하고 그렇지 않은 업체는 근로자들이 다른 업종으로 넘어갈 수 있도록 돕는 식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