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 연주를 해야 하는데 문재인정부는 솔로 연주를 했다.”
이강국 일본 리쓰메이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임금주도’에서 멈춘 이유로 정부의 긴축재정을 지목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에 안긴 충격을 상쇄할 ‘패키지 정책’을 내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지난 15일 서울대에서 특강을 마친 뒤 국민일보 취재진을 만나 “(정부가) 재정확대나 증세를 통한 재분배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노동소득분배율이 증가했는데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은 점을 ‘솔로 연주’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최저임금이나 일부 호황 산업에 종사하는 상위 10%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좋아져 전체적으로 노동소득분배율은 늘었다. 그럼에도 근로자 외 가구 같은 경우는 상황이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근로자 외 가구에 포함되는 자영업자와 노인가구가 빈곤에 빠지는 속도를 사회안전망이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정부를 향해 ‘적극적 복지’를 주문하는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뿐 아니라 심각한 저출산이 있다. 이 교수는 “지금 청년층 출산율을 생각하면 앞으로 세금을 낼 사람 자체가 없어진다”며 “긴축을 할 때가 아니라 먼 미래를 고려해 복지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0%에 조금 못 미친다. 상당수 선진국들이 100%를 웃도는 걸 고려하면 재정건전성은 충분하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정치적 지지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경제 정책이 지속되려면 정치적 지지가 이어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최근 문재인정부의 지지율이 하락한 이면에 긴축 재정 탓도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주도성장은 재정 확대를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는데 지난해 정부가 거둬들인 돈이 쓴 돈보다 더 많았다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 국민 입장에서 소득주도성장 정책 효과가 없다고 예상할까봐 눈치를 본 것 같다”며 “그렇지만 소득주도성장 자체가 재정 확대를 의미하는 것인 만큼 본래의 정책 취지에 역행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에서 가르치는 이 교수는 올해 안식년을 맞았다. 한국은 어느 때보다 재정 확대가 절실한 시기라고 느끼던 차에 서울대 경제연구소 분배정의연구센터로부터 특강 요청을 받았다. 이 교수는 “모든 사회과학의 목표는 인간의 행복”이라며 “기득권이라 할 만한 명문대생들이 불평등을 고민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보일 때면 아쉽다”고 했다.
글·사진=최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