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서 사이렌·팽목항 기억의 벽 걷기… 전국서 “잊지 않을게요”

입력 2019-04-16 18:39 수정 2019-04-16 18:41
세월호 참사 5주기인 16일 전국적으로 추모행사가 이어진 가운데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분향소에 노란 종이에 손으로 쓴 시민들의 추모글들이 붙어 있다. 뉴시스

노란 리본이 전국을 뒤덮었다. 봄의 전령 같은 노란색이 이날만큼은 슬픈 빛깔로 비쳤다. 푸르른 하늘과 초록을 배경으로 벚꽃이 화려하게 수놓은 4월의 다른 날과는 퍽 다른 느낌의 16일이었다.

이날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경기도 안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는 5년 전 세월호 희생자 304명을 추모하는 행사가 엄수됐다. 안산 화랑유원지에서는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와 4·16재단이 공동 주관하고 교육부·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경기도·경기도교육청·안산시가 지원하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이 거행됐다.

기억식은 당시 참사로 희생된 261명의 단원고 학생 및 교사의 이름이 사진과 함께 불리고, 이어 안산시 전역에 1분간 울려퍼진 추모 사이렌 소리 속에 묵념으로 시작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추도사에서 “5년이 지났어도 슬픔은 그대로”라며 “문재인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인양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장훈 운영위원장은 “나는 5년 전 큰아들을 잃은 아빠로 더는 내 아들을 볼 수도, 만날 수도, 만질 수도 없어 내 발길이 닿은 곳은 모두 지옥이었고 앞으로도 지옥에서 살아야 한다”면서 “살인자가 누군지 아는데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반드시 모두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 위원장은 4·16생명안전공원의 조속한 조성도 촉구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한순간도 희생자들을 잊은 적이 없다. 잊어서는 안 된다”면서 “완전한 진상규명으로 온전한 추모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여러분 곁에서 함께 비를 맞겠다”고 다짐했다. 윤화섭 안산시장은 “안산시민 모두가 하나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생존 학생 장애진씨는 “5년이 지난 지금도 꿈이 아닐까 생각해. 너희들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찾으려고 그동안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열리지 않더라”며 “봄이 오면 너희들이 생각난다. 바다를 바라보면 너희들이 생각난다”는 편지를 읽으며 끝내 울먹였다. 기억식에는 유 부총리와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각 정당 대표, 이 지사와 윤 시장, 유가족 등 5000여명이 참석했다.

앞서 이날 오전 일반인 희생자 41명의 봉안함이 안치된 인천가족공원 세월호추모관에서는 4·16 세월호 참사 일반인 희생자 5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곳의 추모식에 참석했다.

안산 단원고 강당 단원관에선 재학생들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선배들과 선생님들의 희생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다시 봄, 희망을 품다’라는 이름으로 진행됐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노란 리본을 만들고, 사고 당시 2학년 교실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 안산교육지원청 내 ‘기억교실’을 찾기도 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도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행사추진위원회 주최로 ‘팽목 바람길 걷기’ 행사가 열렸다. 추모객들은 기억의 벽 일대를 걸으며 희생자들을 기억했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 유가족 24명은 진도 서망항에서 배를 타고 사고 해역을 찾아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다.

강원도와 광주 등 일부 지역 시민·학생 단체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수사단 설치를 촉구했고 각 시·도 교육청에서도 추모행사가 열렸다. 세월호의 목적지였던 제주도에서도 세월호 촛불연대 주최로 추모행사가 거행됐다. 추모객들은 종이배를 큰 배에 싣고 시민 합창을 한 뒤 세월호가 도착할 예정이었던 제주항 2부두를 향해 행진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