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사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과 관련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매각을 결정했다”며 “면목 없고 민망한 마음”이라고 임직원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반년 정도로 예상되는 아시아나항공 매각 기간 회사를 책임져야 하는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동요 없는 업무 수행을 당부하며 내부 추스르기에 나섰다.
박 전 회장은 매각이 결정된 15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여러분이 그렇듯 제게도 아시아나는 ‘모든 것’이었다”며 “아시아나의 한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행복했다. 고맙고 미안하고 사랑한다”는 송사를 남겼다. 그는 1988년 창립부터 시작해 크고작은 사건들을 회고하며 “2004년 그룹 명칭도 금호그룹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변경할 만큼 아시아나는 늘 그룹의 자랑이고 주력이었다”고 회고했다.
박 전 회장은 “아시아나의 아름다운 비행을 끝까지 함께하지는 못하지만 제 마음은 언제나 아시아나와 함께 있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이 조속히 안정을 찾고 더 나아가 변함없이 세계 최고의 항공사로 발전해 나가길 돕고 응원하겠다”고 글을 맺었다.
매각이 성사될 때까지 아시아나호의 지휘를 맡은 한 사장은 16일 임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매각 결정은 그룹 차원의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한 사장은 “그룹의 이번 결정은 아시아나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우리 1만여 임직원 여러분을 보호하고, 그동안 당사를 믿고 투자해 주신 주주 여러분과 금융기관, 기타 회사의 이해관계자분들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본연의 업무에 더욱더 정진해 달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은 불명확한 회사 미래와 오너리스크 해소라는 양가적 상황 앞에서 ‘걱정 반 기대 반’인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팔려가는 상황에서 우리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출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간 박 전 회장 일가 퇴진을 주장해온 직원연대 등 일반 직원들 역시 박 전 회장의 글과 회사의 미래, 매각 전망 등 복잡한 현 상황을 짚어보며 설왕설래했다.
전체 매출 60%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계열사를 매각하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받아 재기를 노려야 하는 상황이 됐다. 금호고속과 금호건설이 주축 계열사로 남게 된 그룹은 한때 재계 7위에 올랐던 위상이 무색하게 재계 서열 60위권 밖의 중견기업으로 전락할 전망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에어부산, 에어서울, 아시아나IDT, 아시아나에어포트, 아시아나세이버, 아시아나개발 등 다수 계열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이번에 항공 관련 자회사를 묶어 아시아나와 함께 매각할 가능성이 높지만 금호티앤아이와 금호리조트 등의 경영권은 방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육로교통과 리조트 사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 운수·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 체질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