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범죄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 과정에서 대검찰청과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국금지 문제를 놓고 충돌한 데 이어 전문 인력 추가 파견에 대해서도 양측 입장이 엇갈렸다. 대검이 진상규명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검은 15일 성범죄 전문 여성변호사를 대검 과거사 진상조사단(조사단)에 충원하라는 과거사위 권고를 사실상 거부하며 두 가지 이유를 들었다. 검찰 수사단(단장 여환섭 청주지검장)의 수사가 이미 시작된 데다 과거사위 활동이 오는 5월 말 종료된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과거사위 산하 조직과 다를 바 없어 조사단의 조사 기한도 5월 말까지다. 과거사위 관계자는 16일 “활동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조사단에 외부 전문가를 새로 투입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다는 게 대검 입장”이라며 “대검은 수사 권한이 있는 곳에서 이미 사건을 살펴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고 말했다.
과거사위·조사단의 입장은 대검과는 차이가 있다. 조사단이 지난 8일 전문 인력 추가 파견을 요청한 것은 특수강간 혐의 등 성범죄 의혹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 위해서다. 성범죄 사건 처리 경험이 많은 여성 변호사가 합류하면 피해 여성에 대한 조사가 보다 전문적으로 이뤄질 거라는 판단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2013, 2014년 검찰 수사 때 드러나지 않았던 성범죄 단서가 포착될 수도 있다. 게다가 당시 검찰 수사에 문제점은 없었는지 살펴보는 일은 조사단만의 고유 업무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단이 하는 수사 업무와 조사단이 하는 과거사 진상규명 업무는 성격이 다르다”며 “수사가 진행 중이니 조사단 인원 충원은 실효성이 없다는 대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은 ‘성인지 감수성’이 예민한 전문 인력이 투입되면 김 전 차관에 대한 특수강간 혐의 수사 권고가 기정사실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대검은 이미 조사단에 이 같은 우려를 전달하며 인력 충원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고 한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검찰의 치부를 파헤치는 인력을 충원해 달라는 것이어서 대검이 허락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수강간 수사 권고가 이뤄지면 수사단에 부담을 줄 수도 있어 소극적으로 일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동성 구자창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