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지갑 속에 넣고 다니는 현금은 8만원이 채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3년 전보다 3분의 1 정도 줄었다. 가계지출액에서 차지하는 현금 비중도 신용·체크카드를 크게 밑돌았다. ‘현금 없는 세상’에 접어들고 있다.
한국은행은 16일 경제주체별 현금사용 행태를 살펴본 결과 가구당 보유 중인 ‘거래용 현금’은 7만8000원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지난해 10~12월 가구주(1인 이상 가구) 1100명과 기업체(5인 이상) 1100곳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거래용 현금은 설문 당시 응답자가 지갑이나 주머니에 넣어둔 현금이다. 2015년(11만6000원)보다 32.8% 줄었다.
집이나 사무실 등에 보관하고 있는 예비용 현금, 이른바 ‘비상금’은 전체 가구 중 23.3%가 보유하고 있었다.
평균 보유 규모는 54만3000원이었다. 3년 전 보유 가구 비중(27.0%)과 보유 금액(69만3000원)과 비교해 모두 감소했다. 예비용 현금의 종류는 5만원권(79.4%)이 대부분이었다. 1만원권은 18.6%에 그쳤다.
연령별로는 20대의 거래용 현금 보유액이 5만4000원으로 가장 적었다. 30대(6만7000원), 60대 이상(6만7000원), 40대(9만1000원), 50대(10만5000원) 순이었다.
현금이 각 가구의 지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1%로 신용·체크카드(52.0%)보다 낮았다.
2015년만 해도 현금 비중이 38.8%로 신용·체크카드(37.4%)를 앞섰었다. 3년 만에 큰 폭으로 역전된 것이다. 현금 보유가 줄어든 이유로는 간편송금 서비스 등장에 따른 현금 휴대 필요성 감소(38.7%)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현금 도난위험 등 부담(24.3%), 현금지출 품목 감소(14.3%) 등을 들었다.
기업의 경우 75.8%가 100만원 미만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1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기업은 전체의 2.1%에 그쳤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