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언론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올해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총기난사 사건과 로힝야족 학살, 예멘 난민 문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을 다룬 보도들이 선정됐다. 김경훈(44) 로이터통신 기자는 한국 국적 사진기자로는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퓰리처상 선정위원회는 15일(현지시간) 컬럼비아대 언론대학원에서 2019 퓰리처상 수상작을 발표했다. 공공서비스 부문 퓰리처상은 지난해 2월 17명이 희생된 플로리다주의 더글라스 고교 총기난사 사건을 취재한 사우스플로리다선센티널 기자들이 수상했다. 피츠버그포스트가제트는 지난해 10월 펜실베이니아주의 유대교 회당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 관련 보도로 속보 부문상을 받았다. 지난해 6월 편집국에서 괴한에 의한 총기난사 사건으로 직원 5명이 숨졌던 캐피털가제트는 특별감사상을 수상했다.
미얀마 군부의 로힝야족 학살 사태를 고발한 로이터통신은 국제 보도상을 받았다. 보도를 한 와 론과 초 소에 우 로이터통신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기밀문서를 불법 입수한 혐의로 미얀마 당국에 체포돼 수감 중이다. ‘21세기 최악의 전쟁’으로 꼽히는 예멘 내전으로 인한 난민들의 인도주의 위기를 다룬 AP통신도 이 부문에서 상을 탔다.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부당한 재산 축적 과정을 파헤친 뉴욕타임스(NYT)는 해설 보도상을 받았다. NYT는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아버지로부터 수십년간 4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물려받았고 그 과정에서 탈세 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NYT는 “트럼프가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라는 신화를 깨뜨린 보도”라고 평가했다. 이 신문은 지난해에도 2016년 미 대선 당시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심층 취재해 워싱턴포스트(WP)와 공동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NYT와 WP의 퓰리처상을 취소하라”고 요구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개인 변호사였던 마이클 코언을 통해 자신과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하는 여성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 돈’을 지급했다는 내용의 기사로 국내 보도상을 받았다. 남가주대(USC) 소속 산부인과 의사 조지 틴들의 학생 상습 성추행 의혹을 보도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탐사보도상을 차지했다.
특히 한국 국적의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는 미국·멕시코 국경도시에서 최루탄을 피해 도망가는 캐러밴(Caravan·중미 이민자 행렬) 모녀를 촬영한 사진으로 다른 팀원들과 함께 속보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받았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진기자가 퓰리처상을 탄 건 처음이다. 김씨는 2002년부터 로이터통신 서울·베이징 지국에서 사진기자로 일했으며 지금은 도쿄지국에서 근무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한인 존 김(한국명 김주호) 시카고선타임스 사진기자가 시카고에서 총격을 입은 어린이를 찍은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받은 바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