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와 미역으로 유명한 대변항을 끼고 있는 부산 기장은 이색 등대로도 유명하다.
기장군의 남쪽 대변항 인근 연화리 서암항에 들어서면 ‘젖병등대’가 마중한다. 조형물처럼 보이지만 실제 등대다. 부산지방해양항만청이 2009년 출산 장려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었다. 정식 명칭은 서암항 남방파제등대. 높이 5.8m의 젖병등대 몸통은 부산 어린이 114명의 손과 발을 프린트해 구운 도자기로 장식됐다. 등대로 이어지는 방파제에는 1970년대부터 출생률이 적혀 있다.
젖병등대를 마주 보는 곳에 붉은색의 닭볏등대가 있다. 차전놀이등대인데 형상을 따라 별명을 얻었다. 등대 앞에 청렴을 강조한 ‘목민심서’ 한 대목이 적혀 있다. ‘청렴실천다짐길’로 이름지어진 계단이 등대로 오르는 길이다.
닭볏등대에서 바다 쪽을 바라보면 해상 방파제 양쪽 끄트머리를 장식하는 ‘장승등대’가 시야에 잡힌다.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형상화했다. 바다를 바라보는 하얀색 등대가 천하대장군이고 등을 돌린 채 빨간 비녀를 꽂은 듯한 노란색 등대가 지하여장군이다. 하지만 머리 부분이 로봇 모양과 비슷해 ‘마징가Z등대’ ‘태권V등대’로 더 유명하다. 정식 명칭은 대변외항 남방파제등대.
바로 건너편에는 2002 한일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품은 ‘월드컵등대’가 우뚝하다. 대변항 북측 방파제를 따라 400m를 걸어 들어가면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다. 빨간색 등대에 세 개의 다리가 달려 있고 다리 사이에 축구공이 있다. 2002년 월드컵 공인구였던 ‘피버노바’로 등대 밑부분에 출전국가의 국기와 경기 성적이 새겨져 있고, 등대 주변에 월드컵 사상 첫 4강 신화의 주역 거스 히딩크 감독의 얼굴과 월드컵의 역사를 알리는 타일이 가득하다.
나머지 등대는 기장군의 북쪽에서 만날 수 있다. 일광해수욕장에서 해안도로로 조금 더 올라가면 칠암항이 나온다. 앞바다에 검은 바위가 많아 칠암(柒岩)으로 불린다. 이곳에 ‘야구등대’와 ‘갈매기등대’ ‘장어등대’가 나란하다. 칠암방파제 끝 하얀 야구등대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을 기념하고 야구도시 부산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세워졌다. 야구 방망이 모양의 등탑 옆에 글러브와 야구공을 붙인 모양이다. 가운데가 뚫린 야구공 안쪽 벽면에는 롯데 자이언츠의 전설적 투수 고 최동원 선수의 사진과 업적이 장식돼 있다.
해상 방파제의 빨간색 갈매기등대와 노란색 장어등대는 각각 부산과 칠암항의 상징물이다. 갈매기등대는 원형 조형물 안에 갈매기 조형물을 설치했다.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