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최고의 축제인 플레이오프에서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선수가 나타나 팀과 농구계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바로 인천 전자랜드 이대헌(27·197㎝)이다.
올 시즌 울산 현대모비스와 전자랜드 간 챔피언결정전 패권은 현대모비스가 가져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것이 모비스는 정규시즌에서 전자랜드에 8게임이나 앞선 1위였다. 상대 전적에서도 5승 1패로 압도적 우세였다. 그런데 전자랜드가 원정 1, 2차전에서 1승1패를 마크하며 기분 좋게 홈으로 돌아갔다.
그 중심에 이대헌이 있었다. 이대헌은 현대모비스 베테랑 함지훈을 완벽 봉쇄했다. 함지훈은 엉덩이로 밀고 들어오는 힘이 아주 좋기 때문에 골밑에서 라건아와 함께 엄청난 위력을 발휘한다. 중거리 슛도 좋다. 현대모비스 양동근은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전자랜드에 함지훈을 막을 선수가 없는 것 같다”고 자신만만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히 달랐다. 이대헌이 ‘천적’처럼 함지훈을 괴롭혔다. 2차전에서 함지훈은 4쿼터 중반까지 단 1점도 못 올리는 등 총 3득점이라는 수모를 당했다. 1차전에서도 7점에 그쳤다. 반면 이대헌은 1차전에서 3점포 3개를 포함해 11점을 넣었다. 2차전에서도 14점 4리바운드 3스틸로 맹활약했다. 외모가 배우 김수현을 닮았다는 점에서 팬들로부터 ‘인천 김수현’이라는 닉네임까지 얻었다.
이대헌은 농구 팬들에게도 생소한 무명이다. 2015-2016시즌 서울 SK에서 데뷔한 뒤 2016년 6월 트레이드로 전자랜드에 왔다. 2016-2017시즌을 끝으로 상무에 입대했고 지난달 20일 전역했다. 올 시즌 리그에서는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대헌의 프로 성적은 평균 2.4점 1.1리바운드다. 그런데 포스트시즌 성적이 평균 11점, 3.4리바운드다.
이대헌이 완전히 달라진 이유는 유도훈 감독의 주문을 군에서 충실히 이행했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그가 입대하기 전 “적극적인 성격을 만들어 와라. 신장이 크지 않으니 함지훈처럼 3점슛을 장착하라”고 주문했다. 이대헌은 유 감독의 숙제를 100% 해냈다. 몸집을 불리기 위해 군에서 오전 시간에는 웨이트 트레이닝만 했다. 팀 선배인 박찬희가 “웨이트 트레이닝 중독이다”라고 거들 정도였다.
이대헌은 봄 농구 최고 ‘히트 상품’이 됐다. 이대헌은 “체력에는 자신있다”며 “홈에서 열리는 챔프전을 최대한 즐기고 빨리 승부를 끝내겠다”고 다짐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