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공공청사 불법 진입·농성… ‘민노총 나라’인가

입력 2019-04-17 04:0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산하 공무원노조 등이 15일 부산시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철거한 것에 반발해 부산시장실 진입을 시도했다. 이들은 “(노동자상) 철거는 친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청사로 들어가려다 이를 막는 시청 직원들과 충돌했다. 일부는 오거돈 시장실 앞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민노총의 공공기관 무단 진입과 점거는 이 정부 들어 예삿일이 됐다. 지난해 11월 대검 내부에 들어가 연좌농성을 벌였고 지난달 거제시장실에 난입해 물건을 손상했다. 지난 3일에는 노동법 개악을 저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해 이 과정에서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에게 주먹을 휘둘렀다. 김명환 위원장 등은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마저 거부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때부터 나돌았던 ‘민노총 실세론’이 허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이 집권당이라고 하지만 정권 창출의 실제 주역은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세력이라는 인식이 민노총 실세론 내지 민노총 주인론이다. 실제 당시 국내 굴지의 완성차업체 민노총 지부장은 새로 부임한 회사 고위임원에게 “이번 정부를 출범시킨 민노총 지부의 ○○○요”라고 자신을 소개했다고 한다. 최근 잇따르는 민노총의 일탈 행동은 이런 엉터리 같은 인식이 최소한 여권과 노동계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식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런 인식에 익숙지 않은 시민들에게는 ‘폭력 면허’를 받은 듯 불법 시위를 일삼는 민노총과 이를 ‘부드럽게’ 받아주는 정부 행동이 이해난망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이 일감 감소로 위기에 처했는데 파업이 끊이지 않는 데도 민노총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 민노총 소속 노조 집행부가 강경 노선을 지속하면서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노동단체가 외교·안보 문제에까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우려된다.

이번 부산시청사 진입 사건도 민노총 등이 동구 일본 총영사관 앞에 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려 하면서 시작됐다. 징용 노동자상을 총영사관 앞에 설치하는 것은 외교 공관의 안녕을 교란하는 것을 금지한 빈협약 위반 소지가 있다.

부산시의 징용 노동자상 철거는 한·일 관계에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였다. 오 시장은 이날 오후 “징용 노동자상 건립 취지와 의미에 공감한다”는 성명문을 내야만 했다. 이러다 정부는 보이지 않고 목소리 크고 머릿수 많은 집단이 최고인 세상이 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