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천사대교, 자은도·암태도·팔금도·안좌도, 육지가 되다

입력 2019-04-17 20:02
전남 신안군에는 모두 1025개의 섬이 있다. 나무가 없는 섬을 제외하면 1004개다. 이를 바탕으로 신안군은 ‘천사(1004)의 섬, 신안군’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신안의 섬 가운데 자은도와 암태도, 팔금도, 안좌도 네 섬은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과거 4개 섬에 닿으려면 압해도 송공선착장에서 배로 25분을 달려야 가능했다. 하지만 2008년 개통된 압해대교로 육지와 연결된 압해도와 암태도를 잇는 ‘천사대교’가 이달 초 개통되면서 이 모든 섬을 육로로 닿을 수 있게 됐다.

총 길이 10.8㎞, 너비 11.5m, 왕복 2차로 규모의 천사대교는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현수교와 사장교 형식의 복합 교량이다. 교량 구간은 7.22km로 국내에서 네 번째로 길고, 주탑 높이는 195m다. 2010년 9월부터 공사기간만 10여 년이 걸렸다. 주탑 아래 매달려 바다 위에 떠 있는 듯한 천사대교를 달리며 바라보는 다도해 광경이 황홀하다.

암태면 기동마을 삼거리 담벼락에 그려진 문병일·손석심 부부의 얼굴 벽화.

천사대교를 건너면 암태도다. 10여분 달리다 보면 기동삼거리에서 재미난 벽화를 만나게 된다. 담장 너머 동백나무를 머리 삼아 할아버지 할머니의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담벼락에 그려져 있다. 이 벽화를 정면에 두고 오른쪽으로 향하면 자은도이며, 왼쪽으로 가면 팔금도와 안좌도가 나온다.

먼저 은암대교를 건너 자은도로 향한다. 자은도는 ‘자애롭고 은혜롭다’는 뜻의 섬으로 국내 섬 가운데 12번째로 크다. 이 섬에는 아름다운 해변이 많다. 자은섬 북쪽에는 둔장해변이 있어 백합조개잡이 체험에 도전할 수 있다. 그 옆에는 한운리다. 이곳에서는 썰물 때 무인도 옥도까지 길이 열린다.

썰물에 바닷길로 이어진 자은면 한운리 옥도.

서쪽 끝에 위치한 분계해수욕장은 노을을 감상하고 물놀이와 여름피서에 적당한 장소다. 아울러 울창한 소나무 숲은 2010년 시민단체 ‘생명의 숲’이 선정한 ‘보전해야 할 아름다운 숲’에 뽑힌 바 있다. 100여 그루의 굵은 해송이 늘어서 있고 건강한 여인의 몸매를 닮은 여인송도 있다. 그 남쪽에는 백사장 길이가 900m에 이르고 울창한 소나무숲이 받치고 있는 백길해수욕장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암태도로 돌아온다. 암태도는 돌과 바위가 많은 섬으로 고려시대부터 유배지 역할을 했다. 섬 중앙에 솟은 승봉산(355m)에는 기암괴석이 발달해 있다. 이곳에 마명방조제가 들어서면 옥토가 생겨났고 마을 주민들이 소작농으로 전락하면서 일제강점기인 1923년 8월부터 1924년 8월까지 소작쟁의가 치열하게 전개됐다. 소작쟁의 역사를 알려주는 6.74m의 ‘암태도 소작인 항쟁 기념탑’과, 고목과 돌담길이 어우러진 송곡우실·익금우실 등 역사 여행지가 있다. 송곡리 매향비는 섬에서 발견된 유일한 매향비이다.

암태도에는 오래된 노두길이 있다. 암태도와 추포도를 연결하는 옛 노두길은 3600여 개의 돌을 놓아 만든 2.5㎞ 길이로, 썰물 때 바닷길 구실을 했으나 현재 흔적만 일부 남아 있다. 300여년전 처음 노두길을 만들고 세운 노도비(路道碑)도 남아 있다. 옛 노두길 인근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차로 건너갈 수 있다. 바로 옆에는 새로운 도로가 건설 중이다. 추포도에는 작은 염전이 있어 바닷가 정취가 그윽하다.

암태도에서 중앙대교를 건너면 팔금도다. 팔금도는 새 여덟 마리가 모여 있는 듯한 섬이다. 사형제 가운데 가장 규모가 작다. 금당산(130m)을 중심으로 농토와 염전이 넓게 발달해 있다. 선학산 채일봉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소마진도와 팔금도 전망이 빼어나다.

팔금도에서 신안1교를 건너면 안좌도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 화백의 생가가 자리한 곳으로 유명하다. 그가 유년시절 살았던 집이 기와집으로 단장돼 있다. 정겨운 조형물들도 익살스럽게 여행객들을 맞는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박지도 상공에서 석양 무렵 드론으로 찍은 퍼플교. ‘소망의 다리’로도 불리는 나무다리는 왼쪽 위 반월도까지 이어진다.

화가의 생가를 지나 화가의 작품으로 벽화를 조성한 마을을 둘러본 후에는 천사대교의 미니 버전인 ‘퍼플교’를 만나러 가자. 소망을 이뤄주는 ‘소망의 다리’로도 불린다. 걸어서 박지도에서 목포까지 가는 것이 소망이었던 주민 김매금 할머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나무다리를 만들었으며, 보라색 꽃과 농작물이 풍성해 퍼플교란 이름을 얻었다. 1462m의 목교를 통해 부속섬인 박지도를 거쳐 반월도까지 걸어서 닿을 수 있다. 갯벌 생물을 관찰하기에 제격인 데다 일출과 석양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갯벌 위에 세워진 다리는 증도에 있는 ‘짱뚱어다리’를 닮았다. 다리를 건너면 먼저 박지도다. 박지도를 한 바퀴 돌아볼 수 있는 해안산책로 3.9㎞가 조성돼 있다. 초입에 자전거 대여소가 있다. 이어 915m 길이의 다리를 건너면 반월도다. 규모는 박지도보다 작지만 주민 수도 많고 산도 높다.

▒ 여행메모
암태도 ‘샨샤’서 중국요리 먹고
임자도 대광해변 ‘튤립축제’ 볼만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를 차례로 타고 가다 함평분기점에서 무안광주고속도로로 갈아탄 뒤 북무안나들목에서 내리는 것이 편하다. 77번 국도를 이용해 압해읍으로 간 뒤 삼거리에서 우회전해 2번 국도를 따라가면 천사대교(사진)에 닿는다. 서울~암태 간 버스도 하루 2차례 운행된다. 서울에서 오전 9시와 오후 3시에, 암태에서는 오전 8시와 오후 4시에 출발한다. 소요시간은 4시간 40분.

천사대교는 무료지만, 차량 주·정차를 할 수 없다. 먹거리도 다양하다. 암태도 중국음식점 ‘샨샤’의 자장면과 탕수육이 인기다. 신선한 고기와 현지에서 생산되는 야채 등을 사용한다. 팔금도 ‘돼지촌’의 흑돼지 삼겹살과 낙지 비빔밥 등을 내놓는다.

유명한 봄꽃축제인 제12회 신안튤립축제가 오는 21일까지 임자도 대광해변에서 개최 중이다. 꽃 벌판에서 튤립 100만 송이를 볼 수 있다. 임자도는 다리로 연결돼 있지 않아 지도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섬 끝자락에 있는 대광해수욕장은 국내 최장인 12㎞의 모래사장을 자랑한다.

신안=글·사진 남호철 여행전문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