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2022년까지 국비 30조원, 지방비 18조원을 투입해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을 대폭 확충하겠다는 계획을 15일 발표했다. 공공도서관, 문화·체육시설, 유치원·어린이집, 노인요양시설, 주차장 등을 늘려 주민들의 생활 편익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한 이런 시설을 확충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건설 경기를 활성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는 단기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우려되는 측면도 있다.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워놓고 밀어붙이다보면 불필요한 사업까지도 지역 민원에 떠밀려 끼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생활형 SOC는 정부 지원금에 지방비를 보태 짓지만 유지, 관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한다. 특성상 수익을 내기 어려워 운영 적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행정안전부 지방재정 통합공개 시스템 ‘지방재정365’에 따르면 전국에 대규모 생활형 SOC가 737곳이 있는데 2017년 결산 기준으로 총 765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체의 88%(649개)가 적자였다. 국고 지원금에 기대 손쉽게 설치했지만 인건비, 유지비 등 고정비용이 들어가 지자체의 재정에 짐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생활형 SOC는 사업비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기준에 미달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업 추진이 쉽다. 특히 내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선심성 사업들이 남발될 가능성이 있다. ‘돈 먹는 하마’가 될 사업을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카페 등 수익시설을 유치하고 공익신탁펀드 조성,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운영비를 조달하는 방안을 유도하겠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지역 수요나 수익성 등을 꼼꼼히 따져 애물단지가 될 사업은 애초에 시작하지 않는 게 우선이다. 3년간 총 48조원을 투입하겠다고 했지만 거기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정부는 토건 사업을 지양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이에 역행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 1월 총 24조원 규모 23개 국책 사업의 예타를 면제했고 얼마 전에는 예타 문턱을 낮추는 제도 개편까지 했다. 생활형 SOC 사업도 토건 사업의 일종이다. 예산 낭비를 막고 지자체의 재정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개별 사업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사설] 생활형 SOC 돈 먹는 하마 안 되게 신중히 추진해야
입력 2019-04-17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