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매물 아시아나항공… SK·한화·애경·CJ 누가 올라탈까

입력 2019-04-15 18:53 수정 2019-04-15 23:46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의 품을 떠나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필요한 ‘실탄’이 최대 1조원대로 예상되는데다 떠안아야 하는 부채 역시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양대 대형 항공사’라는 매력을 갖고 있어 누가 새로운 주인이 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채권단은 최대한 빠르게 매각을 진행할 방침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선의 방안을 고심한 끝에 매각이 그룹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시장의 신뢰를 확실하게 회복하는 길이라 판단했다”며 아시아나항공의 즉시 매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으로는 주로 대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33.47%)을 매입하려면 막강한 자금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여기에 통상 20~30% 수준인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진다. 연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1조2700억원도 새 주인 입장에선 부담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수자는 대규모 자금력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회복 방안까지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SK와 한화, 애경, CJ 등의 참전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한 차례 항공업 진출설이 불거졌던 SK그룹은 당시 최규남 전 제주항공 대표를 그룹 글로벌사업개발부 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해 인수·합병(M&A) 사전 정지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항공 관련 방위산업체를 소유한 한화그룹 역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유력 후보군으로 꼽힌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도 아시아나를 인수하면 단번에 그룹 위상을 높일 수 있다. CJ그룹은 대한통운과의 시너지를 통한 글로벌 물류사업 확대를 위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유력 후보 기업들은 일단 시장 반응을 살피는 분위기다. 그룹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절호의 기회이긴 하지만 대규모 실탄이 필요해 ‘독이 든 성배’에 가깝고, 정보 유출과 시장 기대에 따른 불필요한 가격 상승 역시 부담일 수밖에 없다. 실제 매각이 결정된 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했고, 금호산업이 보유한 지분 가치는 5000억원을 넘어섰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이날 회의를 열고 즉시 매각을 포함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수정 자구계획을 승인했다. 채권단은 이르면 이번 주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재무구조개선 약정(MOU)을 맺고 금호 측에 5000억원을 긴급 수혈할 예정이다. 매각 절차를 진행하는 동안 유동성 부족, 신용등급 하락 등 시장 우려가 발생하지 않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금호 측은 수정 자구계획에서 ‘구주 매각 및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통한 M&A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에어부산 등 자회사 별도 매각은 추진하지 않지만 인수자가 요청할 경우 별도 협의하기로 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아시아나항공이 작은 회사가 아니므로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된다고 해도 여러 달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의향자나 인수 금액 등에 대해선 “(언급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답했다.

정건희 양민철 임주언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