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아픔의 현장으로 기억되는 그곳… 또 다른 아픈 사람들

입력 2019-04-16 04:02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 방파제 등대길에 ‘기억의 타일’과 함께 노란 리본이 묶여 있다. 진도=김영균 기자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낮 12시, 전남 진도 팽목항. 봄 햇살이 등대길을 걷는 내내 얼굴에 스며들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은 슬픔과 아픔, 그리움에 몸부림치는 희생자와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난간에 매달린 노란 리본과 깃발을 연신 어루만지며 지나갔다.

5주기를 맞아 많은 추모객이 찾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등대길은 한산했다. 추모객들은 기다림의 의자에도 앉아보고, 참사 현장 위치도도 쳐다보며 상념에 잠겼다. 오후 1시쯤 되자 다음날 추모공연에 나서는 안무가와 현대무용단원 10여명이 등대길에서 ‘추모 퍼포먼스’ 리허설을 선보였다.

무용단원 등 10여명이 추모 퍼포먼스 리허설을 하는 모습이다. 진도=김영균 기자

옛 분향소인 세월호 기억관으로 향하는 도로 옆에선 굴착기 1대가 매립지 평탄작업을 하고 있었다. 진도항 2단계 건설을 위한 접안공사 작업 공정은 80%를 넘어섰다. 올해 말 공사가 완료되면 내년 10월에는 터미널이 준공된다.

기억관에는 예전처럼 슬픈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희생자들의 영정이 모니터에 모습을 보였다.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 남현철·박영인군, 양승진 교사와 일반인 승객 권재근·혁규 부자의 고무신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304개의 종이배가 얹혀 있는 나무로 만든 추모 배가 모니터 밑에 새롭게 눈에 띄었다.

팽목항 한쪽에 마련된 기억관(옛 분향소)에 추모객들이 남긴 메모다. 진도=김영균 기자

광주에서 아내와 함께 기억관을 세 번째 왔다는 박모(62)씨는 “5주기를 맞아 다시 찾았다”면서 “마음이 아픈데 유가족들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에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또 다른 피해자인 진도군민들의 아픔도 현재진행형이다. 참사 이후 자발적으로 실종자 구조와 사고 수습 등에 나서서 헌신했던 군민들은 함께 아파하고 울었다. 당시 진도군 인구 3만2000명 중 1만4000여명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하지만 진도군에는 사고 후 생계가 어려워진 이들이 넘쳐나고 있다.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122억5400만원의 소상공인 금융 대출이 이뤄졌으나 상환액은 지난해 말 기준 41.9%에 그치고 있다. 어민들을 위해서도 특별영어자금 148억여원이 대출됐으나 64억여원은 일반자금 대출로 전환되면서 절반가량의 어민이 빚에 허덕이고 있다. 진도군의 한 어촌계장은 “팽목항이 ‘참사의 현장’이 아닌 ‘수습의 현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3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65·여)씨는 “가족들과 함께 진도를 찾아주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한산한 진도 팽목항과 달리 4·16생명안전공원(가칭) 예정지인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산책로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상춘객들로 붐볐다. 하지만 이곳이 4·16생명안전공원이 들어설 예정지라는 점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딸과 함께 산책하던 김영숙(61·여)씨는 “아이들의 희생에 슬퍼하지 않는 시민은 없지만 외곽으로 좀 떨어진 데 들어서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딸은 “엄마와는 생각이 좀 다르다”며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교육적 측면에서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곳에 있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화랑유원지 한편에서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 무대 설치로 사람들이 바삐 움직였다. 16일 오후 3시 화랑유원지 제3주차장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5주기 기억식’은 1분간 울리는 추모 사이렌부터 시작된다. 묵념과 추도사, 기억 공연, 추도시 낭송, 기억 영상 방영, 기억편지 낭송, 기억 합창 순으로 진행된다.

진도·안산=김영균 강희청 기자 ykk22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