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는 단순하게 어린 학생들이 사망한 사건이 아닙니다.”
감정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동하고 재생산되는지를 분석한 책 ‘감정과 사회’의 저자 김왕배(사진)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가 누적된 한국 사회의 갈등과 모순을 응축해 보여줬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사무실에서 국민일보와 만난 김 교수는 “그때 생명사상, 책임윤리, 국가 시스템의 미작동에 대해 고민해야 했으나 그러지 못했고 한국 사회의 공동체성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했다. 또 “당시 이념과 세대를 초월해 ‘이게 나라냐’는 질문을 던졌지만, 세월호 참사가 정치화되면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자는 문제의식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유가족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비난하는 감정은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적대감과 증오감에서 비롯됐다고 봤다. 김 교수는 “식민지 지배, 분단, 전쟁, 산업화의 과정을 보면 한국은 공동체 연대를 지향하는 사회적 토양이 부족하다”며 “세월호 참사가 모두의 공감을 바탕으로 그런 토양을 만들 계기였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신뢰에 기초한 연대 사회’를 구축하는 것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 여기서 신뢰란 사회 공동체가 나를 보장해준다는 상호적인 가치다. 김 교수는 신뢰를 바탕으로 관계를 맺는 것이 연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의 분배, 기회의 평등, 인격적 평등성이 전제되는 사회에서 신뢰가 생긴다”며 “이런 사회적 조건이 병행돼야 연대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세월호 참사를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우리는 당장의 효율과 경제성만 쫓아선 안 된다”며 “방관자로 남는 것이 과연 인간의 가치일까를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사회에 남아 있는 분단이라는 분절의식을 거두고, 신뢰에 기초한 연대로 세월호 참사라는 역사적인 사건을 진단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박세원·사진=김지훈 기자 o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