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양적긴축’ 정책은 살인자였어. 정반대로 했어야 하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런 트윗을 올렸다. 연준이 시장에서 채권을 사들여 달러를 회수하는 ‘양적긴축’을 시행한 탓에 미국의 ‘경제 성적표’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제대로 일을 했다면 주식시장은 5000~1만 포인트 더 상승했을 것이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3%가 아니라 4%를 웃돌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이 달러를 회수하지 말고 오히려 더 풀었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연준은 9월부터 양적긴축을 중단할 예정이다.
트럼트 대통령이 연준을 맹비난한 건 처음이 아니다. 다만 ‘중앙은행 비판’이 꾸준하게 이뤄지고,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성’을 지키려 한다. 통화정책이 ‘인기 영합’으로 흘러가면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잉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 중앙은행들의 독립성이 흔들리고 있다. 기준금리를 낮춰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외부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중앙은행 비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드라기 총재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이 걱정되는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관할권을 가진 나라(미국)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앙은행이 독립되지 않는다면 국민은 통화정책이 정치적 조언(간섭)을 따른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은 인도 터키 등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치라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압력을 받다 지난해 12월 돌연 사임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에 맞춰 저금리와 고금리를 오갔다. 터키는 심각한 경제난에 빠졌다. IMF가 “터키 중앙은행의 완전한 독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할 정도다.
미 연준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여전히 불만을 갖고 있다”며 “그는 보수 성향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 기업가 출신인 허먼 카인을 연준 이사로 임명하고 싶어 한다”고 보도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