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15일 산업은행에 전달한 수정 자구계획에는 “박삼구 전 회장의 경영복귀 없음”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오랜 기간 경영 정상화의 숙제를 안아온 금호그룹에 박 전 회장은 절대적 존재이면서도 동시에 시장의 불신을 사는 문젯거리였다. 이에 박 전 회장뿐 아니라 함께 경영에 참여한 일가가 동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마저 나온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금호그룹 자구계획에 대해 “경영 능력이 없는 경영진이 그룹을 부실하게 만들어 채권단이 여지를 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연히 경영권을 박탈하고 채권단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금호그룹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장기간 문제제기를 해온 채 의원은 “모든 일의 시작은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한 것이었다. 산은에 대우건설이 넘어가면서 금호산업에 대한 전체 계열사의 재무 부실이 초래됐다”고 짚었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금호그룹이 2006년 대우건설 주식 72%를 총 6조4000억원에 취득한 일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또는 ‘승자의 저주’라는 교훈으로 회자된다. 당시 금호그룹은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했다. 부족한 돈을 ‘풋백옵션’을 내걸어 끌어들인 재무적 투자자(FI)로 채웠다. 2009년 말까지 대우건설의 평균 주가가 기준 가격에 미달하면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기준가격에 주식을 되사주기로 계약한 것이다.
박 회장으로서는 대우건설을 정상화해 삼성물산, 현대건설을 제치고 건설업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찾아온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과도한 차입에 따른 현금 유동성 악화는 금호그룹 계열사의 동반 부실로 이어졌다. 금호그룹은 2009년 6월 대우건설 재매각을 발표했고, 박 회장은 한 달 뒤인 그해 7월 “금호를 살리기 위해서”라며 명예회장이 돼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그런 박 전 회장은 1년여 만에 “그룹이 겪는 크고 작은 어려움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새로운 모습으로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여러분과 함께 기필코 다시 일어서겠다”는 메시지와 함께 복귀했다. 박 회장의 경영 복귀는 금호그룹의 워크아웃 조기 탈출이 아니라는 우려가 쏟아졌다.채 의원은 “박 회장이 잠시 물러났다 돌아와 금호산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단을 이용하는 등 편법과 꼼수를 동원했다”고 지적했다.
가장 건실한 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그룹의 ‘돈줄’처럼 사용됐고, 결국 가장 부실해졌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평가다. 한때 재계 순위 7위였던 금호그룹은 2010년 이후 끊임없이 “공중분해가 될 것”이라는 뒷말에 시달려야 했다. ‘대마불사’만 들먹일 게 아니라 박 회장의 경영권을 박탈해야 한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주장도 거듭됐다. 비슷하게 경영 정상화의 길을 걸었던 STX그룹의 경우 강덕수 회장 경영권을 박탈했는데, 금호그룹은 오히려 박 회장을 대표이사로 등록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저비용항공사, 외국계항공사의 약진으로 금호그룹의 항공운송업 시장 지위는 조금씩 저하됐고, 여기에 ‘기내식 대란’과 ‘기쁨조 논란’이 발생했다. 채 의원은 “박세창 아시아나IDT 대표이사도 함께 경영에 참여한 이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자구계획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시아나항공에 대해서만큼은 금호그룹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오너 일가가 더 이상 손댈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